[르포] 목욕관리사 학원 현장
[르포] 목욕관리사 학원 현장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5.15 11:12
  • 수정 2009-05-1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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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전문직…밑바닥 편견 사라졌으면"
불황에 퇴직기자·대학원 출신 등 고학력 추세
수강생 연령층도 낮아져…중국동포 30% 육박
“대충 지나가지 말고 몸의 곡선을 따라 몸 마디 마디 끊어서 충실하게 미끄럼 타듯 밀어주세요.”

대림동에 있는 J 목욕관리사 학원.

12년차 강사 김희주(43·가명)씨가 때 미는 법을 설명하자 수강생들은 말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진지하게 경청하며 실습을 받고 있었다.

모두 알몸으로 때밀이 수업에 참여한 여성 수강생들은 2인 1조로 짝을 이뤄 서로에게 손님이 되어주었다.

수업 시작 때 한기가 감돌던 욕실은 이들이 뿜어내는 시큼한 땀 냄새와 열기로 금세 달아올랐다. 때 미는 타월의 마찰음과 땀이 몸을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진동하는 가운데, 선생님의 몸짓을 바라보는 수강생들의 눈빛은 단호하면서도 절실했다.

1995년 한국에 처음 목욕관리사 교육을 도입한 J학원 이도형 원장은 “최악의 경기 불황에 기본 수강비 30만원도 버거운지 수강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불황에 수강생이 늘 것이란 착각은 현장을 전혀 모르고 책상 위에서 지어낸 말로 오히려 어려울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사람들이 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에는 9000여 개의 목욕탕이 있으며, 목욕관리사는 4만~5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6대 4 정도이며, 최근에는 중국동포들이 적극 도전해 전체 비율 중 3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목욕관리사는 일하는 지역과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한 달에 200만~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며, 12시간씩 2교대로 일한다.

게다가 미국 및 일본 등에서는 한국의 때밀이 기술이 ‘신산업’으로 떠올라 해외취업 시 상당한 고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는 이들을 공식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아 관리 감독하는 국가 차원의 중앙 기구나 업계 차원의 협회도 없으며, 사람들도 여전히 목욕관리사에 대해 3D 업종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눈에 띄는 현상으로 ‘고학력’과 ‘어린 나이’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최소 40세 이상부터 저학력의 50대가 도전을 많이 했다”며 “요즘은 대학원을 나온 사람은 물론 10대 후반부터 젊은 사람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목욕관리사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강료 30만원이 버거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들고 있어 흔히 때밀이에 대해 갖고 있는 허황된 고정관념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학원을 찾아온 사례를 보면 미용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는 25세의 여성, 아이들 과외비를 마련하고자 하는 30대 초반의 여성, 대기업에서 퇴출당해 구직활동 중인 30대 남성, 중년의 남성 퇴직 기자 등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이 제 각각의 사연을 안고 있다.

어엿한 식당 주인의 사모님이었다가 경기 불황으로 가게를 접고 목욕관리사에 도전한 김기순(51)씨는 “처음엔 남의 시선 때문에 망설였지만, 막상 배워보니 건강은 물론 성격과 인상도 좋아야 하는 아무나 못하는 당당한 기술 전문직”이라며 목욕관리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또 “이곳에서 때밀이와 함께 배운 마사지 기술로 메이크업을 공부하는 딸과 가게를 차려 미용 일을 하고 싶다”며 자신 있게 포부를 밝혔다.

인천에서 늦둥이 아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한 송은영(48·가명)씨는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나섰다.

송씨는 “그간 도배를 했는데, 전문 기술을 갖고 나이가 든 후에도 좀 더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당당하고 정직한 직업인 것 같아 도전했다”며 “흔히 때밀이 하면 막장 혹은 밑바닥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제는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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