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52% 인종차별 겪고 91%가 언어폭력에 시달려

지난해 미국에 딸을 입양 보낸 A(19)양은 입덧할 때 먹던 과일만 보면 아이 생각에 목이 메여 과일을 먹지 못한다.

그는 “시설에 있을 당시 복지사는 양육에 대한 얘기 없이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며 “밤마다 딸 꿈을 꾸는 요즘은 딸을 되찾아 키울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A양의 딸처럼 해외 입양의 90%는 미혼모의 아이들이다. 이는 곧 ‘해외 입양’이 ‘미혼모의 문제’임을 의미하며, 미혼모의 양육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에 해외 입양인들은 지난 11일 입양인의 날을 맞아 입양문제 해결을 위해 미혼모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혼모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지낼 수 있는 시설은 25개이다. 그 중 17곳이 입양기관에 의해 운영되며, 일부는 입양을 먼저 약속해야 입소할 수 있다. 그렇게 시설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아기농장’으로 불리는 해외 입양 시장 공간에서 한 명당 20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거래’된다. 사실상 해외 입양이 계속돼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입양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입양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지난 2007년 입양을 강제하지 않는 대표적인 미혼모 시설 애란원의 경우 미혼모의 82%가 양육을 결심한 반면 전체 미혼모 시설의 양육 결심은 37%에 그쳤다.

이는 ‘저출산율 세계 1위’의 국가이면서 동시에 ‘아기 수출국 5위’를 기록하는 ‘모순된’ 현상을 빚기도 한다. 이어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또다시 인종차별을 겪으며 두 번 울어야 한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이 국외입양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52%가 인종차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91%가 언어폭행을 당하고, 19%는 신체폭행으로 이어지며, 5%는 성적학대까지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정부도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해외 입양 중단을 천명하고, 입양 부모 양육비 지원 및 해외 입양 조건을 정비하는 등의 제도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세계 5위권의 아기 수출 대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외 입양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들은 입양을 개인의 도덕에 기대는 ‘자선’이나 ‘민족주의’로 보는 기존 관점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양인의 날을 맞아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킴 스토커 국외입양인연대 대표는 “정부 주도의 사회복지제도 대신 영리 목적의 사업단체들에 의해 주도되는 한 입양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대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담을 지는 대신 영리 목적의 민간센터에 기대고 있다”며 “국내 입양도 아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미혼모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양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이 ‘정상’이라는 시각이 전제된 것으로, 해외 입양을 낳는 미혼모에 대한 차별을 역설적으로 강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 입양인들은 미혼모에 대한 지원 강화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입양 문제를 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으로 입양된 지니 정(22)씨는 “미국은 미혼모가 양육권을 포기하는 비율이 2% 정도인데 반해,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양육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가 미혼모와 그 아이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양 덕분에 한국은 그간 손쉽게 미혼모 문제를 처리했다”며 “이젠 선진국답게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생겨나지 않도록 미혼모를 위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수양부모협회 박영숙 대표도 “사후 대처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해외 입양 후 심리적·정서적 문제를 겪은 뒤 친 가족을 만나게 하는 것보다 아동이 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frame4@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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