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시설 보수·우수 상품 유도 등 대응책 마련 부심

5일 어린이 날 정오. 동대문구 A초등학교 인근의 B문방구 앞은 오락을 하며 입안 가득 불량식품을 물고 있는 한 무리의 남학생들로 북적였다. 학교와 주변 200m 범위 안을 식품안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정크푸드를 판매할 수 없게 한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지만, B문방구에서는 유통기한 없는 과자, 형형색색의 젤리와 쫄쫄이, 쥐포 등이 어린이날을 맞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어린이들의 식품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법이 준비 부족과 허술한 법 규정 등으로 원래 취지와 달리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정크푸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고시조차도 식품업체들이 검토할 게 많다는 이유 등으로 아직 규제개혁위를 통과하지 못해 규제할 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또 정크푸드를 구분하기 위해 식약청이 예고한 칼로리별 계산 방식도 복잡해 이를 단속하는 관리감독원과 판매하는 업소에서 실제로 적용될지 의문이다.

특별법은 학교 주변 200m 이내 업소 중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된 곳에서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팔지 못하게 했으나, 우수판매업소는 ‘희망’에 따라 ‘자발적으로’ 신청한다.

즉, 우수 업소로 등록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조치를 받지 않으며, 업주들이 외면할 경우에는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시설 개선비용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해 우수판매업소 등록을 장려할 계획이지만 정작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B문방구 주인은 “요즘 같은 불황에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식품을 아무 대책도 없이 무조건 팔지 말라면 누가 보상해 줄 거냐”며 “계속 수요가 있는데 우수 판매업소로 지정되면 손님을 뺏겨 오히려 영업 손실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A학교 인근의 떡볶이 노점상과 구멍가게 주인은 특별법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없었다. 뽑기 등의 기계로 불량식품을 판매하던 구멍가게 주인은 “TV에서 햄버거나 컵라면을 팔지 못하게 할 거라는 뉴스를 본 적은 있지만 그 외에는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청에 우수판매업소 등록 현황을 문의한 결과 시범 업소 외에 현재까지 자발적으로 등록한 업소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올 한 해는 계도 기간인 만큼 교육과 홍보가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등록을 장려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 감독을 하는 지자체와 다양한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특별법의 핵심 골자로 어린이에게 해로운 성분의 비중에 따라 안전식품은 녹색, 위험 식품은 빨강 등으로 표시하는 ‘영양성분 신호등 표시제’는 오히려 후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멜라민 파동 직후 정부여당은 ‘신호등표시제’ 도입을 약속했으나, 지난달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는 신호등 표시제가 식품 제조·가공업자에게 ‘권고’할 수 있는 것으로 통과해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갑작스런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식품 업소에 대한 영양 성분 재조정을 유도하는 등 제도 보완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열량·저영양 식품 고시는 5월 중 통과될 것으로 보이며, 칼로리별 계산도 알기 쉽게 별도 프로그램을 식약청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는 신호등제 논란에 대해 “무조건 판매를 금지하기보다는 식품업계가 우수한 상품을 만들도록 서로 경쟁을 유도해 아이들이 좋은 식품을 선택하게 하자는 취지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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