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성교육 등 재량활동교육, 특별활동과 통폐합
교장의 운영권 대폭 강화…‘황제적 교장’ 탄생 우려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55년 만에 대수술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 30일 새로운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안인 ‘학교 자율화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학교 자율화 추진 방안’의 핵심은 ‘자율’이다. 수업 시간 편성과 교원의 인사 등을 학교장의 재량으로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그동안 국가가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서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일부 허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개편안처럼 전국의 모든 학교에 수업 편성과 인사의 자율권을 허용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인 국민 공통 기본교육과정의 과목별 수업시간 편성을 20% 범위 내에서 학교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돋보이는 내용이다.

평교사에 대한 교장의 인사권이 확대되고, 각 지역과 학교 단위로 교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서 1000여 곳이 운영 중인 자율 운영학교도 내년까지 2500여 곳으로 대폭 확대된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인해 획일화된 학교교육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수업시간 편성이 지나치게 입시 위주로 편향될 수 있다는 점과 성교육, 보건교육이 포함된 재량활동 시간이 특별활동 시간과 통합되어 청소년에게 중요한 성교육과 인성교육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

학교 내에서 교장의 권한과 영향력이 대폭 강화되어 ‘제왕적 교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과부의 교육과정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획일화된 학교교육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개편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새 개편안은 중학교까지 입시경쟁 교육을 강요하고 교장의 친위체제를 구축해 학교를 교장 권력기구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엄 대변인은 “재량활동 시간이 교과부의 예시대로 교과 중심의 운영, 심화보충 시간으로 운영된다면 성교육, 보건교육 대신 최상위권 입시 특별반, 특목고 대비 수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는 ‘학교 자율화 추진 방안’에 대해 서울, 대전, 부산, 광주 등 4대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하여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일반인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수정·보완한 후 5월 말께 학교 자율화 추진 방안을 최종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새로운 교육과정 개편안이 학교의 자율권을 살리는 묘책이 될지, 아니면 교장의 권한만 살리는 반쪽짜리 계획이 될지는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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