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딸과 문자메시지 소통 위해 글 배워
배우는 재미에 힘든 일도 잊고 살아요
인천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으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한 외딴 섬 소청도. 백령도, 연평도, 소연평도, 대청도와 함께 북녘 땅을 코앞에 마주하고 있는 서해 최북단 다섯 섬 중 한 곳이다.
섬에 있는 편의시설이라고는 허름한 구멍가게 하나가 전부일 정도로 조그만 이 섬에 특별한 초등학생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인천 대청초등학교 소청분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정자(72)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
김 할머니는 전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초등학생이다. 물론 김 할머니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초등학생은 아니다. 현재 초등교육법상 초등학생 정식 취학 연령을 만 6세부터 12세까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 12세가 넘어가면 아무리 초등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는 셈이다. 비록 청강생 자격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배움을 향한 김 할머니의 열정만큼은 손자뻘 되는 어린이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뜨겁다.
때늦은 공부로 어렵고 힘들 법도 하지만, 김 할머니는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이 먹고 하는 공부인데 쉬울리가 있겠어요? 하지만 노력만 하면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세대를 초월한 천진한 대화도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김 할머니는 같은 반 학생인 오수영(8), 김은진(8) 어린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고, 두 어린이도 친할머니처럼 김 할머니를 따르고 있다. 학교 안에서 또 다른 작은 가족이 탄생한 셈이다.
김 할머니가 늦깎이 초등학생이 된 배경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막내 딸과의 의사소통 때문. 말이 아닌 글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배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했다. 게다가 지난해 가을 막내딸이 인천시내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만이 유일한 소통의 통로가 되다보니 글을 배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마침 2004년 폐교되었던 소청분교가 취학 연령 학생 수의 증가로 2008년 다시 문을 열었고, 김 할머니가 같은 반 어린이 2명과 함께 입학하게 되었다.
지난 4월 말에는 안상수 인천시장의 특별 초청으로 인천시내 구경까지 했다.
“늦게 글을 배운 덕에 좋은 구경까지 하고 간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던 김 할머니는 “더 열심히 공부하면서 젊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