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랑데부’의 이케다 치히로 감독
‘도쿄 랑데부’의 이케다 치히로 감독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5.08 11:39
  • 수정 2009-05-08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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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과 세대 초월한 소통과 공생 표현하고파"
20대 감독의 데뷔작 답지 않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 담아낸 작품
대학원 졸업 6개월 안에 상업영화 데뷔… 일본영화 차세대 기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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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전주영화제가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매진된 작품 중 하나인 ‘도쿄 랑데부’는 이번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다. 관객의 관심을 끈 것은 물론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가세료 덕분이었지만 올해 스물아홉의 젊은 여성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도 화제를 모았다.

일본 최초의 대학원 영화과정인 동경예술대학 영상연구과 1기생으로 입학, 구로사와 기요시, 기타노 다케시 등 대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우고 2007년 졸업 6개월 만에 쟁쟁한 스태프들과 배우가 함께하는 영화의 연출 제의를 받은 이케다 감독의 데뷔 과정은 신데렐라 스토리와도 같다.

그러나 그는 영화학교 재학 시절 만든 단편영화가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출품될 만큼 일찍부터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 재능 있는 신인을 영화인들이 함께 키워내는 시스템 속에서 데뷔작을 세상에 내놓게 된 이케다 감독은 일본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다.

영화 ‘도쿄 랑데부’는 철거 직전의 낡은 아파트에 모이게 된 3명의 남녀가 노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변화시키고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렸다. 젊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는 작품이다. 이케다 감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는 것이 박진감 있게 싸우고 부딪쳐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이상적으로 공생하는 형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는 있지만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공통적인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그게 있어야 사람의 인생이 즐거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그런 점들을 느껴줬으면 좋겠습니다.”

화장기 없는 동안의 얼굴, 조용조용한 목소리, 질문을 던지면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모습 등 직접 만난 이케다 감독은 영화의 분위기와도 닮아있었다. “나이 드신 감독의 작품처럼 느껴졌다”며 감상을 던지자 “편집자가 ‘나이도 어린 애가 이런 인기도 없고 수수한 이야기를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적도 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웃었다.

“사실은 저에게 젊은이의 새로움이나 톡톡 튀는 센스가 없다는 것이 학생 때부터 콤플렉스였어요. 그러나 영화라는 건 참신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영화의 스토리가 땅에 발을 내딛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그 안에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된다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죠.”

그가 영화감독을 꿈꾸게 된 것은 중학교 때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영화를 보고나서부터다. 고등학교에서 친구를 배우로 출연시켜 30분짜리 단편영화를 촬영, 학교 축제를 통해 상영하면서 “내가 영화를 찍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는 최근 일본에서 영화나 소설 등 젊은 여성들의 활약이 많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젊은 여성 감독이 남성과 다르다는 것으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각각 가진 다른 점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만큼 영화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영화의 ‘영’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초짜이고 영화의 끝이 어디인지,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다음은 여기겠지 하는 기대감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이케다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멜로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제 마음 속에는 ‘멜로드라마=호러영화’라는 개념이 있어요.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사랑의 무서움을 느낀 남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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