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 동일임금’ 첫 민사소송 맡은 이선이 노무사
‘동일노동 동일임금’ 첫 민사소송 맡은 이선이 노무사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5.08 11:00
  • 수정 2009-05-0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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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이 될 만한 첫 선례 남기겠다"

 

“40대 중후반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조 지원도 없이 2년에 걸친 싸움 끝에 항소까지 갈 줄은 몰랐어요. 그동안 여성으로서 겪은 차별과 신분에 대한 불안감이 이번 소송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울산에 소재한 노동법률사무소 새날의 이선이(35) 노무사는 최근 진행 중인 주식회사 효성 울산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 차별 소송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효성 울산공장은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곳으로 섬유제조업계의 대표적인 여성 사업장이었으나, 퇴직 및 구조조정 등으로 2001년 2000여명에 이르던 여성 정규직 노동자 수가 14명으로 줄었다.

소송의 발단은 효성의 채용 자격 요건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생산직으로, 남성은 기능직으로 분리 채용하면서 서로 다른 호봉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기능직 남성 노동자들에게 별도의 자격증이나 직무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반면 생산직에는 ‘무조건’ 여성을 배치, 기능직 남성들과의 임금 격차가 20~45%까지 났다. 이는 남성 노동자들이 주축인 효성노조가 노사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회사 측은 “생산직과 기능직의 구분은 성별이 아니라 기술, 책임 및 작업조건 등에 따른 직무가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생산직과 기능직의 채용 자격요건이 동일함에도 생산직이 ‘여성 전용 직종’으로 취급됐고, 직무 가치가 다르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해 효성 측에 성차별적인 임금제도 및 성별 분리채용을 개선하고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효성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행된 민사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나와 효성 여성 노동자들은 항소를 제기해 6월에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으로 폐지된 80년대 시절 여행원제도와 똑같아요. ‘21세기’에 게다가 사회적 책임이 있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같은 자격으로 입사한 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동일한 일을 하며 성별에 따라 분리돼 최저임금을 받고 있어 충격이었죠.”

이선이 노무사는 처음 이 사건을 맡았을 때의 당혹함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쟁점으로 놓고 민사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 결과가 다른 사업장에도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권위와 울산지법이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는 동일노동에 대한 비교 대상 때문이다. 인권위는 같은 공정뿐 아니라 사업장 전체 모든 공정에서도 남성 기능직과 여성 생산직 노동자의 노동 가치가 동일하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한 공정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직무가치가 비슷해도 전체 사업장 내 남성과 직무 차이가 있어 ‘동일가치노동’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 노무사는 “같은 직군에서도 공정마다 일이 조금씩 다른데 소수에 불과한 여성들이 사업장 내 다른 모든 남자들과 같은 일을 해야 된다는 법원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로 다른 공정에서 일하는 남자들에게는 그는같은 임금체계를 적용하면서 한 공정 안에서 남자가 빠지면 여자가 들어가며 동일한 노동을 하는 남녀가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되는가”라며 반박했다.

이와함께 “법원이 기업 경영에 끼칠 영향과 여성의 노동을 부수적인 일로 바라본 성차별적 전제 아래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며 “같은 공정 안에서 동일한 노동을 하는 남녀가 비교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또 “법원은 효성 울산공장이 대기업으로서 모범적으로 보여줘야 할 사회적 선도 역할도 엄격히 검토해 판결해야 한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쟁점으로 한 연구 성과나 참고할 만한 판례가 없는 만큼 반드시 이번 소송을 모범이 될 만한 첫 선례로 남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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