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운영되는 시장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 시장가격이 형성된다는 시장경제 법칙을 ‘진리’처럼 믿으며 오랫동안 버텨왔다.

그것이 옳은 것이며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끝없는 경쟁적 질주 속에 형성되는 시장가격으로 삶의 질이 결정되는 일상이 갈수록 팍팍해진다. 정점을 향해 미친 듯이 헉헉거리며 올라왔는데 여기가 아니란다.

모두들 자기가 모은 것을 두 손에 움켜쥐고 놓지 않고 보여주지도 않는다. 남의 두 손에 무엇이 들었는지, 혹시 그것이 내가 쥐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좋은 것은 아닌지 궁금해 죽을 맛이다. 두 손 모두 무엇인가를 움켜잡고 있으니 타인의 손을 잡을 수도 없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마르셀 모스는 ‘증여론’에서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포트라치(potlatch)’라는 일종의 선물경제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행위의 흔적은 도처에서 발견되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부족이 북아메리카 밴쿠버만 근처에 살고 있던 콰키우틀족이다.

이곳은 하천 하류로 토지가 비옥하여 농작물이 풍부하고, 바다로부터 풍부한 해산자원도 얻는다. 게다가 이 부족은 대단히 호전적이어서 전쟁을 자주 치르고, 그 결과 수많은 노획물로 언제나 물자가 풍부한 곳이다. 따라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많은 재화를 획득하고 그것을 축적하여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포트라치’라는 과시적 소비의례가 있다. 즉 정기적으로 각각의 부족들이 돌아가면서 그동안 모아놓은 엄청난 양의 재화를 선물로 나눠주고 파괴하고 먹어치우는 거대한 ‘재화 덜어내기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포트라치를 한번 벌이고 나면 거의 빈털터리가 되어버리지만, 대신 이들은 아주 너그럽고 아량이 풍부한 부족으로 평가되고 그 부족을 다스리는 추장은 존경과 추앙을 받게 된다.

언뜻 보기에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인간적 과시욕구의 원시적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정 계층에게 부와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해 주는 암묵적 기제임을 알 수 있다. 일종의 ‘사회균형 안전망’인 것이다.

우리가 양손으로 온통 주워 담으려고 애쓰고 서로 감시하고 질시하면서 사회 양극화로 치닫는 동안, 이들은 서로 나누고 베풀면서 자연스럽고도 즐겁게 사회통합을 이루어내고 있었으니 누가 누구를 원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경제 시스템이 아닌 선물경제 체계일 수도 있겠고, 여기서 비로소 여성적 포용성이 그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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