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백악관 생활 100일을 맞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유연한 여성성(Flexi-womanhood)’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미셸의 별명은 왕엄마, 역할모델, 패션 아이콘, 급식당번, 포옹을 잘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정치적으로 나서지 않고,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즐기며, 지성을 과시하거나 가정을 새장 또는 덫으로 생각하지 않는 미셸의 다양한 측면들이다. 그녀의 매력은 “다부지고 의욕적이고 지성적이지만, 자매같이 친근한 보통 여성”이라는 데 있다.

‘유연한 여성성’이란 개인적 상황에 따라 일과 가정에서의 성공을 때로는 동시에, 때로는 순차적으로 자유롭게 조합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여성성을 구현하는 여성을 말한다. 가족의 가치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일도 즐겁고 유쾌한 선택으로 삼을 수 있는 전문직 여성 ‘미셸’은 모두의 선망 대상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빈곤의 여성화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셸 오바마는 많은 여성들에게 아직은 오지 않은 미래다.

그렇다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어떻게 메워야 할까? 일단 ‘미셸’이 현실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부터 따져볼 일이다.

지난해 ‘어머니의 일’이라는 책을 출간한 미국의 사회정책학자 닐 길버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여성들이 일과 가정에서의 성공에 대해 현실적으로 취하는 태도는 자녀 수에 따라 전통형, 근대형, 현대형, 포스트모던형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우선 세 자녀 이상의 어머니는 경력 추구보다는 자녀 양육과 가사일의 성공적 수행을 중시하는 전통형이다. 한 자녀나 두 자녀의 경우, 일과 가정 모두에서 성공을 원하는 현대형과 근대형 여성들이다. 무자녀의 경우 경력에서의 성공만이 중요한 포스트모던형이다.

40대 이상의 미국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의 분포를 분석해 보면, 전통형만 1976년 59%에서 2002년 29%로 반감되었고, 포스트모던형은 10명 중 1명꼴에서 5명 중 1명꼴(18%)로 늘었다. 그리고 현대형과 근대형도 10명 중 3명에서 2명 중 1명으로 늘어났다(52%).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가 보여준 전문직 여주인공들의 결말인 4명 중 2명의 결혼과 1명의 출산은 이러한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다.

이는 왕엄마 ‘미셸’의 존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 현실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어머니의 역할과 경력 추구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 역할을 긍정적으로 선택하는 부모들도 지원하여 여성들의 다양한 욕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홈스쿨링처럼 직접 양육과 교육을 전담하고자 하는 여성에 대해 양육비를 지원하고, 사정이 생겨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에겐 학업과 기술훈련을 지원하고, 공무원 시험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사회보장정책을 마련하여 일과 가정 어느 쪽을 택하든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국가와 기업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을 강조하는 이러한 정책의 도입이 자칫 여성들의 경제활동 장려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고용주들로 하여금 가정에 있어도 별 문제가 없는 여성들을 굳이 고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셸의 이미지는 신선하다. 그리고 전통적 어머니들의 양육과 보살핌에 대한 평가절하 현상은 우리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