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남·남데렐라…‘못남’들이 몰려온다!
찌질남·남데렐라…‘못남’들이 몰려온다!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5.01 12:26
  • 수정 2009-05-01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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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남’ 드라마 대세…초혼남+재혼녀 결혼 증가
‘경제력 갖춘 여성’선호·남성 “처가살이도 OK”
여심을 뒤흔든 ‘꽃남’은 가고 ‘못남(못난 남자)’의 시대가 도래했다.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못남’들은 ‘찌질한 남자(찌질남)’ 혹은 ‘남자 신데렐라(남데렐라)’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TV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7년간 백수였던 남자 주인공 온달수(오지호), 부잣집 아들이 아닌 ‘아들 부잣집’의 사연을 그린 솔약국집 아들들, 태희혜교지현에서 전업주부로 분한 김국진, 아내의 유혹에서 복수 당하는 변우민 등 ‘못남’들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이들 캐릭터의 특징은 직업이 없거나, 혹은 직업이 있어도 능력, 사회성 등 어딘가 ‘2%’ 부족해 연민과 답답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과거 대중문화 속에선 이들은 마초, 나쁜 남자, 백마 탄 왕자 등의 남자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연에 그쳤지만, 지난해 연기 시상식에서 못남 캐릭터의 배우들이 상을 석권한 것을 필두로 이젠 남성 배우들이 도전하고픈 캐릭터로 꼽힌다.

또 이들은 여성 덕에 신분이 상승하거나 성공가도를 달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과거 성공한 남성이 여주인공을 리드하는 관계와 달리 여성의 역할이 변화하면서 남자의 성공기도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못남’의 출현 이유를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에 따른 남성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이 위축된 시대 상황에서 찾는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극심한 경기 불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투영된 것”이라며 “그간 남성 중심으로 편향됐던 대중문화가 성 역할의 구분이 희미해지는 시대에 맞춰 자연스럽게 수평적인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이 같은 현상을 같은 남성끼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결혼을 앞둔 최성진(35·은행원)씨는 “남자는 무조건 슈퍼맨처럼 천하무적이어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다양한 남성상을 보여주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불황이다 보니 남일 같지 않아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들이 연봉 높은 남성을 원하는 것처럼 남성들도 이젠 여성의 사회적 능력을 결혼의 주 조건으로 따지는 현실이 반영된 것 같다”며 “사는 게 어렵다보니 함께 의지하고 책임을 나눌 수 있는 배우자를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현실은 최씨의 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 한 해 자사 재혼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재혼 간 결혼 비율은 전년 대비 7.06%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여 재혼과 남 초혼의 결합이 남 재혼과 여 초혼 커플보다 4.08%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가연 측은 “여 재혼과 남 초혼 커플을 보면 연봉 4000만원 이상 자가 주택을 가진 여성이 절반 이상”이라며 “사회진출과 소득 증가로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려는 재혼녀들의 성향이 남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결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지난 3월 대학생 9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학생들의 45.8%가 ‘시집살이도 좋다’고 응답한 가운데 남학생들의 63.3%가 ‘처가살이도 좋다’고 밝혔다.

남학생들이 처가살이도 좋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신혼집 마련 등 초기 신혼자금 절약(35.5%)’이 가장 많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혼남성의 63.2%는 배우자의 연봉이 ‘비슷하거나’(55.3%) ‘다소 높기’(7.9%)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조사에서 ‘남자가 더 많아야 한다’는 답변이 63%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극명한 세태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못남’의 등장은 기존 드라마에서 주를 이뤘던 가부장제의 강한 남성 캐릭터가 이젠 주 시청자인 여성에게 더 이상 어필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오히려 여린 본성과 욕망을 감추며 사는 것보다 공포, 무능력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에 더 공감이 간다는 지적이다.

회사원 이민정(31·미혼)씨는 “과거 가부장적인 남성상은 보기에도 부담스러운데 일상에서 흔히 보는 못남들은 오히려 동지애적인 친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성의 사회적 능력에 의지하려는 여성들도 많은데,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남성을 제외한 다른 남성들에게까지 못남 딱지를 붙이는 것은 잘못된 성 고정관념에 따른 역차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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