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녀 사랑 다룬 연극 ‘시간이 흐를수록’ 리다 역
“30년 넘게 연기자로 살면서 이보다 따뜻하고 편안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 어느덧 50대 중반인 제가 이 작품 속에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가슴속에 불씨가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힘들지만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그 희망을 느낄 수 있어 고른 작품입니다. 요즘 제 삶의 활력이에요.”
배우 윤석화가 연극 ‘시간이 흐를수록(원제 오래된 코미디)’으로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다. 월간 ‘객석’과 설치극장 정미소가 꾸린 이 작품은 이미 삶의 절정을 지나쳐버린 중년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를 알게 되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통해 잔잔한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러시아 작가 아르부조프의 1975년 작품이기도 한 이 극에서 윤석화씨는 자신을 꼭 닮은 ‘리다’ 역을 맡았다. 전직 연극배우인 ‘리다’는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 특유의 기품과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반짝이는 재치와 순발력으로 사람들을 압도하며, 언제 어디서든 노래와 춤으로 삶을 무대처럼 만들 줄 아는 모습이 윤씨를 꼭 닮았다. 최우진 연출가는 “연습을 따로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무대에 서도 윤석화씨는 바로 리다가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리다와 사랑에 빠지는 요양원 원장 ‘로디온’ 역을 맡은 배우 정명철씨 역시 “대본을 읽는 순간 리다 역에는 윤석화 외에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씨가 최근 몇 년간 ‘영영 이별 영이별’ ‘신의 아그네스’ 등의 작품에서 진지하고 심각한 연기를 보여 온 것과 달리, 이번 무대에서는 사랑스럽고 재치 있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연극은 삶의 기쁨과 아픔을 다 받아내고, 이제는 자신의 인생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중년 관객들에게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면 삶은 아직 놀랍고 아름다운 것’이란 사실을 전해주는 따뜻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중년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도 추천하고 싶어요.”
“왜 미소 짓고 계세요?” “우리 나이를 합쳐보는 중이에요. 지금까지 내 인생은 당신을 만나기 위해 오는 중이었어요.(극 중에서)”
5월의 따스한 햇살과 함께 찾아오는 ‘시간이 흐를수록’은 7일부터 6월 5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