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들, 로스쿨에만 집중 투자
기존 법대생들 "차별감에 분노 느껴"

설치 인가 과정에서부터 숱한 논란을 겪었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로스쿨은 현재 전국 25개 대학에서 운영 중이다. 우수 법조인 양성을 위해 수십억원의 재원을 쏟아 부어 만든 로스쿨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존 법학과 재학생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로스쿨 개원 후 일부 대학의 기존 법대생들은 적지 않은 차별을 받고 있다. K대의 경우 사물함, 책상 등 학교에서 새로 주문한 기물은 로스쿨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낡고 오래된 중고 기물은 기존 법대생과 일반대학원생들에게 지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진에 대해서도 차별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H대는 강의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교수들이나 외부에서 영입한 유능한 교수들을 로스쿨에 전원 투입하는 반면, 기존 법대에는 소위 ‘기피 대상’ 교수들을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법대생들을 가장 가슴 쓰리게 만드는 것은 자신들이 재학 중인 학과가 아예 없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로스쿨 설치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존 법학 관련 단과대학과 학과는 2012년 3월부터 완전 폐지된다.

현재 법대 졸업생들에게 수여되고 있는 ‘법학 학사’ 학위가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개인 사유로 휴학 중인 학생들은 복학 후 졸업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로스쿨 설치 대학들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I대의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 학생들의 등록금이 기존 법대생의 등록금보다 더 비싼데다, 2011년에 로스쿨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인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향후 로스쿨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로스쿨에 우선 투자하는 것은 필연적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존 법대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2007년부터 12개 법과대학 학생회가 모여 연석회의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박경선(21·고려대 법학 2) 서울지역 법대 학생회 연석회의 의장은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만든 곳이 로스쿨인데 왜 우리가 되레 피해를 봐야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기존 법대가 있었기에 로스쿨도 존재하는 만큼, 기존 학생들에 대한 합당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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