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권혁중)에서 발간한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에는 발간되기 이전부터 물의를 빚었던 이문열씨의 장편소설〈선택〉이 수록되어 있다.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은 10인으로 구성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서평위원회가 출판사 또는 각계 인사들이 추천하거나 신문과 도서정보지

등에서 내용이 훌륭하다고 소개한 당해년도 출판된 책 중에서 가려 뽑아

1년에 4회, 각회마다 60-70여종 선정되는 작품들이다. 선정된 목록들은 1

년에 2회 선정 이유 등을 실은 〈서평문화〉로 묶여진다.

〈선택〉 선정을 최종 결정한 이태동 교수(서강대 영문학과)는 “개인적

인 생각에서 골랐다. 다른 할 말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서평문화〉에

‘〈선택〉의 진실’이라는 글에 선정이유가 드러나 있다.

그에 의하면 〈선택〉은 ‘자신만의 가능성을 개발하는 대신 가족과 가

문 그리고 나아가서 국가적인 인재(남성)를 교육시키고 양성하는 일을 위

해 헌신적으로 일생을 바친 유교적인 희생정신에 대해 큰 가치를 부여하

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듯하다’면서 ‘우리 역사를 모르는 사람,

우리의 옛것과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일독을 권

하고 싶다’고 되어 있다. 또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호소력은

물론 이문열의 독특한 스타일에 있겠지만, 지나간 시대의 희생적인 여인

의 아름다움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라고도 쓰여 있다. 그리고 ‘수준

높은 작품의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덧붙여

져 있다.

〈여성과 사회〉편집장인 김영씨는 이같은 선정에 대해 〈선택〉이라는

책이 당시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은폐된 강요였음을 은폐·호도

한 사실, 노동력의 여성화의 현실에서 다시금 현모양처론을 제기해 여성

을 영원한 하층노동인력으로 남게 하려는 자본주의의 의도를 대변한 점

등을 들며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책 자체가 외면하고 있는데 이를 선

정한 것은 더 큰 잘못”이라 말했다. 게다가 “청소년권장도서에는 19세

기 제1기 여성운동에서 참정권을 얻기 위해 목숨을 던진 여성들의 운동상

을 그린 리처드 에번스 〈페미니스트〉가 실렸는데, 처럼 편파적

인 책이 청소년과 성인 일반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권장 도서 목록에 실린

것은 선정 기준이 무기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 전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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