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은 10인으로 구성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서평위원회가 출판사 또는 각계 인사들이 추천하거나 신문과 도서정보지
등에서 내용이 훌륭하다고 소개한 당해년도 출판된 책 중에서 가려 뽑아
1년에 4회, 각회마다 60-70여종 선정되는 작품들이다. 선정된 목록들은 1
년에 2회 선정 이유 등을 실은 〈서평문화〉로 묶여진다.
〈선택〉 선정을 최종 결정한 이태동 교수(서강대 영문학과)는 “개인적
인 생각에서 골랐다. 다른 할 말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서평문화〉에
‘〈선택〉의 진실’이라는 글에 선정이유가 드러나 있다.
그에 의하면 〈선택〉은 ‘자신만의 가능성을 개발하는 대신 가족과 가
문 그리고 나아가서 국가적인 인재(남성)를 교육시키고 양성하는 일을 위
해 헌신적으로 일생을 바친 유교적인 희생정신에 대해 큰 가치를 부여하
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듯하다’면서 ‘우리 역사를 모르는 사람,
우리의 옛것과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일독을 권
하고 싶다’고 되어 있다. 또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호소력은
물론 이문열의 독특한 스타일에 있겠지만, 지나간 시대의 희생적인 여인
의 아름다움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라고도 쓰여 있다. 그리고 ‘수준
높은 작품의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덧붙여
져 있다.
〈여성과 사회〉편집장인 김영씨는 이같은 선정에 대해 〈선택〉이라는
책이 당시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은폐된 강요였음을 은폐·호도
한 사실, 노동력의 여성화의 현실에서 다시금 현모양처론을 제기해 여성
을 영원한 하층노동인력으로 남게 하려는 자본주의의 의도를 대변한 점
등을 들며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책 자체가 외면하고 있는데 이를 선
정한 것은 더 큰 잘못”이라 말했다. 게다가 “청소년권장도서에는 19세
기 제1기 여성운동에서 참정권을 얻기 위해 목숨을 던진 여성들의 운동상
을 그린 리처드 에번스 〈페미니스트〉가 실렸는데, 처럼 편파적
인 책이 청소년과 성인 일반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권장 도서 목록에 실린
것은 선정 기준이 무기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 전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