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라우엔박물관 소속 작가 26명 참여
국내 조형예술대 교수 26명과 ‘공동전시회’
2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독일에 거주하고 있지만 그리스,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국적은 다양하다.
프라우엔박물관(Frauen museum)은 1981년 세계 최초로 세워진 여성박물관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도시를 건설한다’ 등 지금까지 500회가 넘는 전시를 개최해왔다. 전시를 주최한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역시 국내 최초 여성미술교육기관으로 21세기 여성 예술가의 산실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26명의 유럽 작가들은 작품에서 ‘유럽문화의 세계화’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구드른 안젤리스 프라우엔박물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 작품들은 모두 다이내믹하고 생동감과 경쾌함을 표현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며 “독일 사회의 특성을 자연 공간, 이민문제, 민족정체성 등의 주제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시가 시작된 지난 4월 27일에는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여성과 미술: Frau und Kunst)’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작가뿐만 아니라 다국적 여성학자와 저널리스트 등이 모여 여성예술인들의 위상과 여성미술의 가능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발표를 맡은 화가이자 방송 저널리스트인 마리아 리고투스(그리스)는 남성 작가들보다 교육을 더 받고도 소득수준이 낮은 독일 여성작가들의 위상에 대해 전했다. 독일조형예술가연방협회 조사에 따르면, 여성작가들이 예술아카데미나 예술대학 등을 통한 학력이 높지만 작품 거래시장에서는 더 낮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작품 평균가는 5100유로(약 898만원)이지만, 남성 평균가는 8300유로(약 1461만원)에 이른다. 예술인연금을 받는 비율도 남성 작가는 40%지만 여성 작가는 28%에 그치고 있다. 마리아 리고투스는 “여성 예술가들에게 외부 지원과 파트너의 도움은 경력을 이어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이번 전시 같은 네트워크 형성의 장을 통해 여성 예술인들의 상황 개선을 이뤄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한국 역사 속에서 여성 미술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근대적 교육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이화학당(1896년), 정신여학교(1895년) 등 여학교의 설립은 여성 예술가 탄생의 획기적인 전기가 되었다.
1945년 국내 최초 미술대학이 이화여대에 설립되고, 미대 안에 ‘자수과’가 생겼다. 신지영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당시 ‘자수’는 바깥활동 금지라는 한계에서 여성들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규방예술이었다”며 “이처럼 여성 작가들은 허용된 사회·문화·역사 속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법, 소재가 드러나면 그 장르에 ‘여성적’이라는 평가가 따르는데,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여성 예술가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여성성’과 상치되는 미술개념과 담론작업을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