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성복
조각가 김성복은 작품의 주재료로 화강석과 오석을 사용한다. 그의 조각은 형태, 소재, 기법, 재료 등 형식적인 측면에서 전통조각을 계승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통의 해체와 더불어 현대라는 시대감각으로 재해석해내려 한다.
“나는 삶을 조각한다. 나의 조각은 살아남고자 하는 자의 염원이다. 나의 조각 속에는 일상과 환상이 공존한다. 이를 위해 나는 한국적 문화와 전통을 기반으로 우화적인 형상으로 표현한다.” -작가 노트 중에서-
전통적 조형과의 조우
김성복의 작품은 전통의 일상의 삶 속에 담겨진 우화적 상징물들을 차용하여 현대인의 욕구와 일상의 무거움 앞에 유쾌함을 던져주고 있다. 불두나 인물 두상, 벅수, 장승, 목어(木魚) 등은 현대적 감각을 지닌 돌조각으로 돌이 주는 차가움이나 경직성보다는 우리의 삶에 배어 있는 해학의 세계를 담으려 하고 있다.
특히 ‘신화’는 상상 속의 도깨비 방망이 같은 형태다. 네 개의 경계의 눈초리와 도깨비 방망이로 무장한 꼬리는 시대에 살아남아야만 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수호신처럼 다가온다. 그렇기에 그의 조형세계는 시대적 우화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또한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는 주변에서 보아진 하나의 표정이나 몸짓과 경험들을 기억해내 사회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는 현 시대의 불안한 삶을 보여주듯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는 물질주의가 제공하는 쾌락을 향해 질주하는 인간의 욕망을 묘사한다. ‘달리는 인물상’은 바람이 불어도 떠밀리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굳건히 버티려는 인간의 가련한 모습을 담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삶이 그에게 던져주는 있는 그대로의 진지함을 피하고 차라리 가벼움의 미학을 취한다. 재료 또한 돌이라는 무거운 재질로부터 경쾌한 유머를 찾아내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사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은 하나의 돌덩어리로 표현된다. 이 표현은 자연의 거침과 매끄러움이 대조를 이루고 재질의 색상이 잘 드러난다. 이로 인해 형상의 차등이 뚜렷이 구분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는 맥주의 거품이나 병의 목을 타고 오르는 생명체 또는 인체들을 오석으로 만든 맥주병과의 표면적 마티에르에 차이를 줌으로써 병과 확연히 구분 짓고 있다.
내재된 풍자와 대립
김성복의 조각은 역동적인 동세에 의한 표현보다는 조각이 주는 내재된 동세 즉 긴장감을 함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의 조각은 안정에 의한 균형과 시선의 확장 그리고 대립적 형상을 통한 긴장감을 더해준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의 주된 표현들은 생명에 대한 외적요인보다는 내재된 감성을 끄집어내려 한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이외에도 대지를 달리는 사람이나 누워 있는 불두(佛頭)의 얼굴을 달리는 사람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욕망의 상징인 뱀의 형상과 정면을 무심하게 관조하는 마애삼존 불상의 조형을 통하여 이중적인 알레고리를 느끼게 한다.
불확실한 위안의 상황에서도 견디며 지탱하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물성의 차가움과 견고함을 체감하며 이에 저항하듯 매만지고 있다. 작가 자신이나 샐러리맨들이 삶에 위안을 삼고 있는 물질적 쾌락으로부터의 인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복이 표현하는 조형세계는 풍자와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조소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9년 창작화랑에서 개인전 13회를 맞이하며, 200여 회의 단체전을 가졌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교수, 동경예술대학 객원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