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리더십에 주목해 볼 만"
방송작가 겸 국문학자로 활동하는 한소진(48)씨가 여성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을 두 권 분량의 소설책으로 펴냈다.
한씨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출신으로 결혼 후 임신 중에 방송작가 활동을 시작한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설화의 바다에서 퍼 올린 한국 드라마’ ‘TV 라디오 단막극선: 모르는 여자’ ‘방송대본 이렇게 써라’ ‘4천만 시청자를 확 사로잡는 방송구성 대본쓰기’ 등 활발한 저작활동을 해왔다.
오래전부터 고대 역사와 설화에 관심이 많던 그는 ‘화랑세기’ 등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등장인물들을 연구하면서 선덕여왕이란 인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2006년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선덕여왕 50부작 영상 스토리 개발’ 사업에 박사급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선덕여왕에 대한 구체적인 스토리텔링 결과물을 도출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소설을 썼다.
이미 선덕여왕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여러 권 출간됐지만 선덕여왕이 중심이 되기보다 그 시절을 풍미한 남성 영웅들과 건국,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던 터였다.
“선덕여왕이 왕위를 계승할 성골 남성이 없어 어부지리로 왕이 됐고 따라서 그 뜻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했던 힘없고 무능한 인물로 그려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선덕여왕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서 ‘화랑세기’만 봐도 그가 왕으로서 자질이 뛰어났음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마흔일곱의 늦은 나이에 등극한 점이나 진평왕의 차녀로서 왕위를 물려받게 된 것은 그가 어느 성골 남성보다 영특함과 지혜로움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선덕여왕은 오랜 기간 황제수업을 받아왔고 왕으로서 능력을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특히 한씨는 “선덕여왕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진덕여왕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대목에서는 그녀가 고집이 있는 여성이며 여성이란 자부심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선덕여왕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에는 모든 여성의 가슴에 잠재된 희망이 담겨있다”며 “어떻게 하면 오늘날 여자로서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1500년 전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아픔과 절망을 되집고 그 끝에서 발견되는 희망을 그려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을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물론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책이지만 남성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흔히 잘난 여성들을 못 봐주겠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여성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잘 나가는 여성들에 대한 평등한 동료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