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슬로건에 그쳐 아쉬운 여성부 ‘WE Green’ 발표
녹색성장에 대한 성별영향평가·성인지적 예산 편성 필요

여성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G-Korea 여성실천단 WE Green 출범(4월 30일)’이라는 타이틀로 “여성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녹색생활을 국민적 실천운동으로 확산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한다”는 정책속보가 있었다.

여성부는 이날 행사에 이어 지역별로 ‘WE Green 출범식 및 릴레이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연중 캠페인 추진을 통해 전국적인 녹색생활 실천문화 확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WE Green’의 7대 약속은 ‘친환경 제품구입’ ‘물 아껴 쓰기’ ‘실내온도 적정유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이다.

그러나 여성부의 이 캠페인들은 기실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왔음직한, 식상하리만큼 익숙한 슬로건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왜 이런 소박한 생활 캠페인이 ‘녹색 생활 문화혁명’이라는 거창한 어휘로 비약을 한 것일까?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구호의 캠페인을 통해 여성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친환경적인 여성적 가치를 세상에 전파하고자 하는 것인지, 환경의 문제를 여성의 일상적 실천으로만 전가하려 하는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국가의 과시적 행사에 여성들을 동원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난해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이래, 정부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신성장 동력 확충, 기업 경쟁력과 국토 개조, 생활혁명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국가비전으로 ‘녹색 성장 패러다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환경위기와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녹색성장위원회’도 출범했다.

궁금증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린다. 새로운 국가전략인 ‘녹색성장 패러다임’의 실현을 위해, 여성부는 “여성부와 여성계가 하나로 뜻을 모아 ‘녹색생활 문화혁명’을 이끌어 내는 길”이라고 이러한 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사회가 늘 캠페인과 행사를 여성부가 관 주도로 하는 것이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일일까?

여성부는 스스로를 무엇을 하는 부처로 인식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여성부는 녹색성장정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와 이 정책의 성인지적 예산 편성 등에 대한 범정부적 차원의 협력을 모색하고, 여성(환경) 단체들과 여성 환경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여성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일을 하고 있는가. ‘녹색 성장’의 방향을 모색하고 실천을 담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과제가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녹색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둥근 사각형’이라는 말처럼 ‘형용하는 말(녹색)이 형용을 받는 말(성장)과 모순되는’ 형용모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상이한 시각에서 다층적이고 심층적 분석과 찬반 토론이 계속될 것이다.

다만 이미 ‘녹색성장’이 국가전략으로 채택되고 추진되고 있는 이상, 여성적 관점에서의 ‘녹색성장’ 담론에 대한 다양한 개입과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논의와 연구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본다.

여성부는 여성부대로,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각기 고유한 전문성을 가지고 때로는 ‘따로’ ‘상이한 각자의 위상에 걸맞게’, 그러나 때로는 ‘함께’ ‘여성적 관점’에서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사회의 정치적 매트릭스가 되어버린  ‘녹색성장’ 담론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들을 함께 엮고 풀어갈 중요한 동력으로, 여성부 본연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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