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 자르는 게 아까웠지만 뭐라도 하고 싶었다.” 

얼마 전 청와대 앞에서 ‘대학 등록금 인하’ ‘청년 실업문제 조속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했던 여학생이 한 이야기다. 대학의 고액 등록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등록금 투쟁을 하는 대학생들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선배의 마음은 무겁고 미안하기만 하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사회 전 분야에서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교육임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온 대학생들이 이제는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요즘, 대학 교육의 문제는 더 이상 대학생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어 보인다.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이구동성으로 유권자 중 상당수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의 표심을 잡기 위하여 ‘반값 등록금’을 이야기했지만, 등록금이 반값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위해 곧 대대적으로 거리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고소득 계층의 자녀들은 수억원의 학비가 드는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등록금 때문에 거리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극소수 해외 유학파들에 의해 높아지지 않는다. 해외 유학생들 중 상당수가 현지에 머무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우리는 이 땅에 더불어 살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우리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대학 교육은 진보와 보수로 나눌 수 없고, 민간 영역에만 맡겨서도 안 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회통합을 핵심으로 복지정책을 펴온 유럽 각국은 오래 전부터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식하고 무상으로 대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차별과 양극화가 심화된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 분야에서의 평등 실현이 첫째 과제다.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금융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정부는 엄청난 세금을 부도난 기업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명목의 실익 없는 사업에 쏟아 부어 왔다. 그 막대한 예산이 대학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투자되었더라면,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아등바등 살면서 고액 등록금을 내고 졸업한다고 해도 할 일이라곤 2~4개월짜리 인턴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부는 대졸 초임 삭감 정책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우리의 좁은 땅덩어리가 거미줄 같이 연결되는 교통망을 위한 아스팔트 공사로 몸살을 앓는 사이, 우리의 젊은이들은 비싼 등록금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사회에 대한 증오를 키워가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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