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심금 울린 쌍용차 노동자 아내 배은경씨
네티즌 심금 울린 쌍용차 노동자 아내 배은경씨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4.24 12:07
  • 수정 2009-04-24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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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청춘 바친 회사, 누가 어렵게 만들었나요?"
쌍용차, 2646명 해고 예정…노동자 40% 생계대책 없어
노사 접점 찾지 못한 가운데 5월 22일 회생 여부 결정
“꼭 정리해고밖에 방법이 없는 건가요? 회사가 시킨 대로 일만 했던 노동자들에게 대안을 찾는 노력도 없이 일방적 희생을 전가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지 정말 묻고 싶어요.”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아내 배은경(40)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이같이 반문했다. 지난주 배씨는 쌍용차 사태에 대해 심경을 정리한 편지 글을 인터넷 언론에 띄워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리며 화제가 됐다.

21일 평택 자택에서 만난 배씨는 난생 처음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배씨가 용기를 내 인터넷 언론에 편지를 올리고,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까지는 ‘벼랑 끝’이라는 절박감이 있었다. 11살, 30개월 된 아들 둘을 키우는 전업 주부 배씨에게 위기는 자주 찾아왔다. 1997년 외환위기에 이어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도 가슴이 철렁했지만,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 불황이 겹쳐 ‘마지막’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피가 마른다.

쌍용자동차는 전체 직원 37.1%에 해당하는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예고하고, 희망퇴직을 신청 받고 있다.

이 같은 인력 감축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치로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해 지난 2001년 ‘전쟁’을 방불케 한 대우자동차 사태의 재현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평택만이 아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1000명, 대우버스 507명, 위니아만도 97명 등 곳곳에서 정리해고 태풍이 불고 있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정규직은 목소리라도 낼 수 있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비정규직은 소리 소문 없이 얼마나 해고되는지 통계조차도 잡히지 않는다.

쌍용차 사태는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회사는 2646명 감축, 자산매각, 5개 신차 개발 등을 회생 방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를 전제로 3조 2교대 등의 근무형태 변경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신차 연구개발 기금 1000억원 담보, 비정규직 기금 12억원 출연 등을 요구했지만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꾸려지지 못했다.

하지만 노조는 쌍용차 회생 여부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 및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어 파업 카드도 섣불리 꺼낼 수 없다. 5월 22일 법원과 채권단은 쌍용차의 자구 노력을 평가해 기업회생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이같이 상황이 답보 상태에 머무는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임금이 체불돼 대리운전 등 투 잡을 뛰는 노동자들의 생활고도 한계에 달해 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86.8%가 가계부채가 있고, 향후 생계대책이 없는 조합원이 40.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씨 또한 예외가 아니다. 30개월 된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적금과 보험을 깨고 임시로 돈을 빌려 쓰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대출금도 갚지 못한 집을 팔 계획이다. 이처럼 집안 살림도 어려운데, 배씨는 건강도 좋지 않은 남편이 노조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을 처음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뉴스에서 노조, 투쟁, 구조조정 같은 소식을 접할 때면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그였다. 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현실’로 닥치니 회사도, 노동자도, 그들의 가족도 함께 살리자는 남편의 말이 온몸으로 이해가 됐다. 배씨는 노조 활동을 하느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집에 들어와 탈진해 잠드는 남편을 보며,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노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천성이 강하지 못한 사람이라며 인터뷰 내내 계속 눈물을 보이던 배씨는 회사가 집으로 보낸 희망퇴직 신청서를 기자에게 내밀며 물었다.

“남편이 15년 동안 청춘을 바쳐 일했던 쌍용자동차를 어렵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요?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한 노동자들은 해고로 가족과 길거리에 나앉는데, 경영진은 이 사태에 어떤 책임을 지고 있나요?”라고. 이제 그 공동 책임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쌍용차 노사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이 험난한 여정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안한 마음으로 집 앞 공원에서 아이들에게 고기를 구워 먹이고, 햇볕 내리쬐는 따뜻한 곳에서 남편이 낮잠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요.” 이 싸움 끝에 배씨가 이루고 싶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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