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관련 정책, 사회복지 차원에서 다뤄져야

잇따른 유명 여배우들의 자살이 올바른 정책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지 못하고, 개인의 우울증 문제로 해석되는 데 그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을 ‘우울증’으로 진단하다 보면 그 해결방안도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의학적 처방으로만 결론 내리게 된다. 이는 정책적, 사회적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김영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여성 자살 현황 및 정책방안’ 연구보고서에는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자살 현황들이 정리돼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자살 시도 고위험군인 자살사고경험률(지난 1년간 죽고 싶다고 생각)이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 점이다. 대부분 국가들에서 여성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여성 자살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중 여성 노인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OECD 국가들 중 한국이 유일했다.

또한 한국 자살사망률에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관찰되었다. 비경제활동인구인 여성·노인의 자살률이 경기침체나 실업률에 민감하게 변동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영택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경제적 상태와 자살이 상호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자살 관련 정책을 사회복지 차원으로 영역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2005년에 발표한 우울증 치료사업 중심의 자살 예방 5개년 계획도 안전 환경 구축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성인지적인 여성 자살 관련 정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노인 자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만큼 여성 노인 자살 증가와 사회적 병인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분석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영양조사, 사회조사통계 등 기존 자료를 활용한 ‘성별 집단분석’ 역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다녀온 성미산마을이 떠오른다. 동네 부엌과 썼던 물건을 되파는 되살림 가게가 있으며, 동네 카페에서 주민들이 오고가며 안부를 주고받는 이 마을을 두고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부모들이 더 연로해지면 노부모를 공동으로 돌보는 너싱홈(nursing home)도 만들어져 고령화 문제의 해법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강한 생명력을 지닌 민초들이 해답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성미산마을같이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커뮤니티가 아주 작은 단위부터 큰 마을까지 여기저기에 만들어져 자살문제에서 자유로운 한국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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