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아니면 살기로 제2의 인생 재봉"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제2의 인생 재봉"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4.24 11:49
  • 수정 2009-04-24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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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수선리폼자활사업단 ‘실과바늘’ 여성 가장 4인 자립기
오는 11월 자활공동체로 전환
“하루에도 몇백 번씩 죽고 싶던 내 삶에 서서히 희망의 빛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공간이에요.”

서른셋에 남편과 사별하고 남매를 홀로 키우느라 심한 우울증에 밤마다 울다 지쳐 잠들었다는 김지호(42·가명)씨는 자활사업단 ‘실과바늘’을 이같이 소개했다.

여성 가장 4명이 모여 제2의 인생을 재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곳이 있다. 이들은 송파자활센터 의류수선리폼사업단 ‘실과바늘’로 자활공동체 전환을 위해 비지땀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송파자활센터(www.spjahwal.or.kr)는 지역 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의 저소득 주민에게 직업교육, 자활사업 및 자활공동체 전환 등의 프로그램을 실행해 이들이 스스로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과바늘’은 송파자활센터가 운영하는 13개의 자활사업 가운데 하나로 ‘시장진입형’ 단계에 있다. 이는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자활공동체’로 독립하기 전 단계로, 매월 수익금에서 일정액을 적립해 2000여만 원의 자립준비적립금도 모은 상태다.

잠실의 5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된 실과바늘은 단순히 옷만을 수선하는 것이 아니라 사별과 이혼 등으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여성 가장들에게 삶을 리폼 하는 희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실과바늘의 맏언니 박모(53) 대표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낮에는 빨래방 근무, 밤에는 무료 학원을 통해 기술을 배우며 1년 내내 불철주야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매일 코피를 쏟아도 백화점 매니저들의 경조사까지 다 챙기며 따내기 힘든 백화점 의류수선까지 확보하고 단골이 생기자 힘든지도 몰랐다.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에요. 제 아무리 헐고 싼 옷일지라도 고객 에게는 제 각각의 사연과 소중함이 깃든 유일한 옷이어서 ‘내 옷’이라는 심정으로 옷을 수선해요. 그래서 수선의 기초가 되는 재단을 할 때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말도 하지 않아요.”

단골 고객 확보와 백화점 의류 수선 사업을 따내기 위한 박 대표의 노하우다. 폭행, 노름, 방랑벽 등을 견디다 못해 남편과 이혼한 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실과바늘을 찾은 조정원(48·가명)씨는 “다른 곳에서는 제가 지닌 아픔을 나누거나 공유할 수가 없어 결국엔 혼자 다 짊어져야 하는데, 이곳은 똑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말하지 않아도 공유하고 보듬어줄 수 있어 마치 가족과 같다”고 전했다.

배달로 수선 교육을 시작한 김지호(42·가명)씨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에도 백화점 30여 군데를 뛰어다니느라 처음에는 얼굴과 손이 부르트고 발이 붓기 일쑤였다. 하지만 힘들었던 과거가 추억이 됐다는 김씨는 오늘에 이른 스스로가 대견스럽다며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옷뿐 아니라 인생에도 희망을 한 땀 한 땀 수놓는 이들의 꿈은 소박하다. 올 11월 자활공동체로 독립해 자체 수익사업을 꾸려 자신과 같은 여성 가장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예요. 무슨 일이든 어느 정도 참고 버텨야 하는 일정 기간이 있는데, 옆에서 보니 사회로 갓 진출한 많은 주부들이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용기 내서 끈기를 갖고 성실하게 버티면 반드시 저처럼 꿈을 이룰 날이 올 거예요”  

실과바늘의 맏언니 박 대표가 사회생활 도전에 앞서 웅크리고 주저하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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