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최근 내부 성폭력 사건에 책임을 지고 기존 지도부의 총사퇴에 이어 새로운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조직 내부에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성평등미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점이 주목된다.

성평등미래위는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진상규명특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올해 4월부터 2010년 정기 대의원대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내·외부 인사들을 포함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회는 노동운동 내 여성주의 운동 전략과 향후 방안 제시, 성폭력 관련 규정 등 제도 개선, 이에 따른 교육사업 전략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운동은 1980년대 중반 노동자 권리 투쟁과 민주화 운동의 강력한 동력을 제공한 이래 남성 중심의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임금 인상 투쟁과 노조에 대한 정치적 억압에 저항하는 파업과 집회 등을 통해 그 전투성을 국내외에 과시해 왔다.

반면, 다른 사회운동들의 ‘중심’이자 ‘지도부’라는 노동운동 중심주의는 사회운동 내에서 그 전투성만큼이나 강도 높은 위계질서를 생산해 왔다. 그 위계질서의 맨 아래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노동운동이 주도하는 남성 중심적 사회운동 내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은 빈번히 발생해 왔으나 그것은 모두 ‘조직보위’ 논리에 따라 의도적으로 은폐, 축소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총의 최근 대응은 내부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보다 조직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거의 최초의 사회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역사적 의미를 획득한다.

그러나 조합원 대부분이 대규모 사업장 남성들이며, 여성들은 극소수로 주변화되어 있고 기존의 여성위원회마저도 유명무실하게 운영해 왔던 민노총이 어떻게 여성주의 사상과 가치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여성주의 언어와 사유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의 변혁을 지향하는 투쟁의 그것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성이고 감수성이다. 여성주의 투쟁은 거리에서 집회를 하고 파업을 하지만, 말하고, 먹고, 마시고, 입고, 걷고, 웃고, 공부하고, 놀고, 잠자는 모든 순간에 발생하는 차별에 대한 인식, 반응과 저항을 포함하는 섬세한 결의, 삶 자체다.

여성주의는 저항세력들 안에 하나의 고정불변한 중심을 지향하지 않으며, 모든 저항 주체들의 다중심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르지만 평등한 그들 사이의 연대를 지향한다. 저항들에서의 중심성은 구체적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변화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민노총이 성차별을 넘어서려는 여성주의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남성 중심적 노동운동 중심론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철저한 자기부정을 통해 그것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듣는 새로운 감수성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조직 혁신과 성평등미래위 구상이 당면한 조직적 위기에서 자신을 구출하려는 또 다른 형태의 ‘조직보위’가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내부 민주주의의 첫걸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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