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연일 변덕을 부린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 봄을 건너뛴 초여름 더위, 20도가 넘는 일교차가 예사롭지 않다. 지구 온난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해 전례 없는 폭설과 폭염, 지진해일(쓰나미), 산사태가 빈발하면서 불안정하고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남녀에게 공평하게 나타날까?

지난 2007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회의(IPCC)’ 제4차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방글라데시의 사이클론 재해로 인한 14만 명의 사망자 중 90%가 여성이었다. 지난 2004년 인도양의 쓰나미로 인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사망자들의 경우, 여성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2003년 유럽의 폭염과 2005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남성보다 많은 여성 희생자를 냈다.

이는 여성들이 세계 빈곤인구의 70%를 차지한다는 사실과 관련된 것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지리적 저지대의 빈곤층, 노인계층의 다수가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재해가 여성들에게 더욱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통념 때문에 최근까지 기후변화와 재해관리 정책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도양의 쓰나미 재해 결과를 분석한 세계 재난구호기구 옥스팸(Oxfam)의 2005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들의 성별격차는 오랫동안 성 역할을 구분해온 사회·문화적 생활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선 피해 지역의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수영이나 나무타기를 잘했다. 이는 사회화 과정에서 여자아이들의 모험적 운동을 배제시켜 온 역사와 무관치 않다.

둘째, 인도네시아 아세(Aceh) 지역의 여성들은 일요일 아침에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었고 남성들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다. 인도 여성들은 해변에서 고기를 싣고 돌아올 남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진해일은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배들을 조용히 지나 해안의 여성들을 덮쳤다. 성역할 차이로 인해 남녀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재난을 맞은 결과다.

셋째, 스리랑카의 바티콜로아(Batticaloa) 지역에 있던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해수욕을 하는 시간에 쓰나미를 맞았다. 이들은 몸을 가릴 옷을 찾아 집으로 뛰어가다가 대피 시간을 놓쳤다. 여성들의 수치심은 때론 생존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다.

마지막으로 아세 지역의 경우 많은 여성이 아이를 구하려다 희생된 반면, 일거리를 찾아 외지로 나갔던 남성들은 재난을 피했다. 여성들의 아이 돌봄과 남성들의 가계 부양과 같은 성역할 책임의 차이도 한 몫을 했다.

2007년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기후변화는 95%가 인간의 책임이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적인 대처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3년 전부터 새로운 국가방재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의 보다 효율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 복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별 차이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여성들의 정책 결정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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