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재산조회’에 항의·문의 소동
"무늬만 무상…출산 장려 회의적"

보건복지가족부가 만5세 이하 영·유아가 있는 가구 중 월 소득 인정액이 하위 50%(영·유아 포함 4인 가구 기준 258만원) 이하인 경우 보육료를 전액 지원키로 한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기준을 놓고 형평성 시비가 이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까지만 보육비가 전액 지원되고 있으나,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액 지원 대상이 39만 명에서 61만 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복지부는 새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영·유아 가구 전체 월평균 소득 상위 40∼50%면 보육료의 60%, 상위 30∼40%면 보육료의 30%를 지급한다. 소득은 근로소득 및 부동산, 차량, 금융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되며 보육비는 보육시설에서만 쓸 수 있는 카드(바우처)에 입금해 주는 방식으로 9월부터 지급된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 적용으로 보육료 전액지원 대상이 확대돼 가구별로는 보육료 부담이 대폭 경감되고, 지자체는 공적자료 사용 및 선정기준 합리화로 민원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기대와 달리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제시한 일부 기준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어 취지대로 보육료가 적확한 대상에게 확대 지원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부동산 가격 산정 시 적용기준이 시가에서 공시지가로 바뀌어 거래 시가와 공시지가 차이가 많아 아파트 소유자보다 전세 세입자의 재산이 더 많이 산정될 수 있으며, 배기량 2500㏄를 기준으로 한 자동차의 경우도 900만원짜리 중고차를 모는 사람이 5000만원이 넘는 외제차를 모는 사람보다 더 부자로 산정될 수 있다. 또 자영업자의 경우 국세청 ‘종합소득자료’를 기준으로 재산을 산정해 소득을 낮게 신고하는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오히려 기회를 준 셈이 됐다. 무엇보다도 이번 산정방식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준은 새롭게 실시되는 금융재산 조회다. 부정 수급자를 막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되는 이 기준은 보육료 지원 신청 아동의 전 가구원이 금융기관에 예치된 모든 금융자산을 한 달에 한 번씩 온라인을 통해 조사받는다.

이 제도 시행에 앞서 현재 보육 현장에서는 금융 자산을 옮기고 재산을 줄여 정리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각종 육아 사이트에서도 이 기준에 따른 항의와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주부 송현정(35)씨는 “보육 때문에 회사도 관두고 한푼 두푼 모아 열심히 저축하고 만약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는데, 금융재산조회로 (재산이 늘어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정부의 보육정책이 맞벌이 부부에게 역차별을 가하는 것처럼, 열심히 저축하는 서민들에게 더 불리하게 만들어 출산을 장려하는 보육정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보육료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예측한 대상 인원 61만 명은 전체 영유아 중 22%에 불과하고, 차등 지원자까지 전부 포함해도 지원 대상은 32%에 그친다”며 “정부가 무상 보육이라고 내세우려면 최소한 50%가 수혜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또 “보육료는 ‘보육료’와 ‘그 밖의 경비(현장실습 외 미술 등 별도 수업비)’로 구성되는데, 정작 부모들에게 더 큰 부담인 ‘그 밖의 경비’를 포함하지 않아 재정을 아무리 쏟아 부운들 보육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인 무늬만 무상 교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