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출석’ 놓고 갈등 단적으로 드러내
막말싸움으로 의원들끼리 서로 상처만 남겨

국회 여성위원회가 여야 의원 간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갈등 국면마다 위원회는 물론 여성부 존폐까지 거론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여성위원회 의원 간의 첨예한 갈등은 지난 14일 2차 전체회의 현안 보고 자리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여성부 장관은 ‘성매매 관련 사건과 조치 내용’ ‘여성경제위기대책 추진현황’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추진 등 여성계 현안을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보고했다. 곧바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8일의 강희락 경찰청장 출석 요구를 위한 여성위 전체회의 무산과 관련, 여당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박 의원은 “지난 수요일 여성위 회의가 소집됐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 한 분도 출석을 하지 않았다”며 “여성위를 무력화시켰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이어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로서 본연의 모습을 다하지 못하고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여성위나 여성부는 함께 없어지는 게 국민의 혈세를 아끼는 일”이라며 “여성부도 마찬가지고 국민의 혈세 받고 하는 위원회가 회의조차 못 할 정도로 다수당이 횡포 부리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판했다.

문제는 박 의원이 “참석해서 반대 의견을 표명해도 좋다. 참석조차 안 하고 회의를 무산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발언하면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국감 보이콧에 회의 무산까지

박 의원의 발언에 이애주 한나라당 의원은 “회의에 참석하느냐 안 하느냐까지 같은 의원끼리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우리도 의원인데 참석해서 옳다 안 옳다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을 교육시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회의를 무산시키는 다수당 횡포는 문제 삼겠다”고 재차 발언했고 이에 여당 의원들은 ‘말조심 하라’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이애주 의원이 박 의원을 향해 “이 문제로 평생 갈굴건가”라고 발언, 박 의원은 “평생 갈굴 것이냐는 얘기가 동료 의원에게 할 얘기냐”며 “사과하지 않으면 이 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며 회의장 퇴장으로 응수했다.  

이번 같은 상황은 18대 여성위원회 회의를 지켜본 이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경찰의 촛불시위대 속옷 탈의강요사건 등으로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문제에 있어서도 여야 간 충돌이 있었다. 당시에도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야 3당과 이미 행안위 등 소관위원회에서의 출석을 이유로 반대했던 여당의 공방이 치열했다. 그때에는 야 3당 의원들이 국감을 보이콧 하고 회의장을 퇴장해 파행을 겪었다.

그렇다면 왜 이번 국회 들어 여성위원회는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원인으로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의원들의 성향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여성위 소속 의원들이라 하더라도 군가산점제 등에 대한 찬성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생겨나는 등 의원들의 정치적 성향과 입장이 다른 의원들이 생겨났고, 특히 여성문제가 어떤 측면에서는 역차별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발전했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아졌다.

결국 피해는 여성들에게

우리 사회가 계층과 지위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 중심의 사회로 분화되면서 여성문제도 각 정당이 그에 따라 다른 입장에서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과거처럼 여성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절대적 입장에서 상대적인 입장으로 바뀔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여성 정치인 또는 여성위 소속 정치인들도 상황과 입장에 따라 당리당략을 우선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는 여성위 회의에서 의사정족수의 다수를 한나라당이 점하고 있는 반면 전체회의에 앞서 각 당의 이견을 사전 조율할 수 있는 간사회의의 간사 자리는 야당이 2개 당(민주당, 자유선진당)을 점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야당은 전체회의에서 통과 시키고 싶은 사안이나 안건이 있더라도 여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하거나 거부하면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당론에 따라 처리하면 안 되는 사안이나 안건이라 하더라도 간사회의에서는 다수인 야당 의원들이 그것을 주장하면 할 수 없이 따라줘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결국 이번처럼 첨예한 사안 앞에서는 야당은 ‘다수당의 횡포’, 여당은 ‘간사회의에서 합의하면 우리가 피해 본다’는 식의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는 것이다 .

셋째는 여성위의 겸임위 성격에서 파생되는 문제다. 다른 위원회와는 달리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위원회다 보니 행정부 등에서 성매매, 성희롱 등 여성위 업무 관련 사안이 발생하면 소관위원회와 소관부처 기관장 출석을 두고 일정이 겹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소관부처 출석은 당연히 하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중복되는 업무의 비효율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여성부와 여성위가 다른 부처가 나서기 전에 좀 더 발 빠르게 나설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여성위의 사건을 지켜본 한 20대 여성은 “정치권의 싸움에 이제 신물이 난다”며 “각종 성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창궐하고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정치권에서 싸움만 한다면 결국 모든 피해는 여성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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