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린 프리마돈나의 ‘희망가’
거리로 내몰린 프리마돈나의 ‘희망가’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4.17 12:27
  • 수정 2009-04-17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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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합창단 예산부담 등 이유로 ‘전원 해고’ 통보
단원들, 거리 합창 시위로 시민·네티즌·정치인 등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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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속 오케스트라단의 파업이 현실에서도 재현됐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암시하며 끝났지만, 현실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돼 귀추가 주목된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한 달 급여 70만원, 4대 보험 ‘전무’, 1년 계약 갱신, 화재 및 공연 도중 부상 개인 해결, 불규칙한 공연 수당 등.

‘비정규직’의 온갖 나쁜 요소들을 모아놓은 듯한 조건에서 ‘저비용’으로 노래하며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고효율’의 합창단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국립오페라합창단’이라는 이름 뒤에는 이 같은 말 못 할 설움이 있다. 이들이 상식 밖의 대우를 받고도 참았던 것은 ‘국립’이라는 자부심과 7년째 해를 넘기며 반복된 ‘정규직화’에 대한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42명인 이들의 ‘1년’ 운영비는 ‘3억원’ 안팎으로 이는 베이징 올림픽 때 연예인 응원단의 ‘열흘’ 경비로 쓴 ‘2억원’의 1.5배에 불과하다.

오페라 활성화를 위해 2002년 만들어진 오페라합창단은 오페라단 운영규정에는 없는 비상임 단체이지만, 2007년 대구 국제오페라 대상 수상, 베이징올림픽 문화축제 전석 매진, ‘천생연분’ 독일 프랑크푸르트 초연, 지휘자 정명훈의 극찬 등 국내외적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1월 8일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이소영 단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해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무대를 거리로 옮겨 약 두 달간 합창 시위를 벌이며 시민, 네티즌, 정치인들의 구명 운동과 프랑스 바스티유 국립오페라단 단원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의 지지 등을 이끌어내며 사회적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국립오페라단의 운영 규정이 없고, 국립합창단과 역할의 구분이 모호하거나 겹치며, 예산 부담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달 31일 최종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날벼락’ 같은 통보에 단원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국립오페라합창단 소프라노 이윤아(37)씨도 낯설게만 느껴졌던 ‘비정규직’ ‘구조조정’ ‘노조’라는 말이 자신의 삶과 얼마나 가까운지 알게 됐다.

국회 앞과 문화관광부 앞에서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인 시위를 벌이는 이씨는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우리도 이런 대우를 받는데, 우리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은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지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덕분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새빨간 플랫 슈즈, 노란별이 쏟아지는 플레어스커트, 분홍빛 머플러와 모자로 ‘무장(?)’한 이씨는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인시위가 쑥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우리가 부끄러워 할 게 있나요? 우리를 거리로 내몬  단장과 문광부가 책임지고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라고 거침없이 답했다.

‘표창장’을 줘도 모자랄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이런 홍역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예술계에서는 ‘정은숙 전 단장 지우기’라고 해석한다.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신선희 국립극장장에 이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6년여 동안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맡았던 정 전 단장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오페라합창단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이씨는 오히려 싸움을 멈출 ‘명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명명백백히 우리는 정당하잖아요. 국민이 원하면 헌법도 바꾸는데, 7년간 지켜온 ‘상임화’ 약속은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왜 규정 하나 바꾸지 못하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우리가 여기서 물러서면 후배들이 갈 곳이 없게 되기에 꼭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며 “세금을 온전히 내는 국민 또한 당연히 누려야 할 공공예술을 우리가 해체되면 누리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일은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악용한 대표 사례이자, 대부분이 ‘계약직’인 공공 예술인들의 문제이며, 공공 문화 및 예술을 누릴 권리를 뺏긴 국민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거리 희망가는 계속된다. 이들은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 오후 문광부 청사 앞에서 합창 시위를 벌이고, 국회 토론회, 국립오페라합창단 희망 음악회 등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현 사태 논란의 핵심에 있는 이소영 단장과 관련된 인사문제, 그리고 운영 실태에 대한 각종 의혹과 도덕성 시비 등이 계속 제기돼 이번 해고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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