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감독의 다큐 ‘명주바람’
정지원 감독의 다큐 ‘명주바람’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4.17 11:39
  • 수정 2009-04-17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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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할머니들의 일상 그려낸 ‘명주바람’으로 영예 안아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고 싶은 차세대 여성 다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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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8일간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새로운 10년을 위한 도약을 시작한 만큼, 새롭게 마련한 섹션과 부대행사들은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 충분했다. [여성신문]은 여성영화제가 열렸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특별상인 여성신문상 수상작의 주인공 정지원 감독과 ‘나는 엄마계의 이단아’란 다큐로 화제가 됐던 자넷 메리웨더 감독을 만났다. 또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10대 심사위원단 ‘아이틴스’의 이야기도 담았다. 이와 함께 올해 첫발을 내디딘 ‘아시아 여성영화제 네트워크’의 의의도 짚어봤다.



보드랍고 화창한 ‘명주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아름다운 봄날이다. 지난 4월 16일 폐막한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특별상인 ‘여성신문상’의 주인공은 다큐멘터리 ‘명주바람’의 정지원 감독이 차지했다. 스물다섯의 차세대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이지만, 영상에 대한 열정과 사랑만은 중견감독 못지않았다. 

“일반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하면서 ‘보이지 않는 작은 것까지 영상으로 담아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저의 첫 다큐에 대한 수상 결정은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더욱 최선을 다할게요.”

36분 분량의 ‘명주바람’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워낭소리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농촌의 사계절 풍경을 배경으로 칠순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들의 구수한 입담을 담아서일까. 지난해 4월 7일부터 11월 4일까지 7개월간 진행된 촬영이라, 흐드러진 벚꽃이 반짝이는 봄부터 포도넝쿨이 탐스러움을 자랑하는 여름, 황금들판에서 이뤄지는 추수, 잠시 휴기에 들어가는 겨울까지 농촌의 사계절이 모두 담겨 있다.

‘명주바람’의 카메라는 과거 ‘딸’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배울 수 없었던 박둘선 할머니와 안말분 할머니의 일상을 응시한다. 경북 영천의 조용한 시골마을, 야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리는 생활한글교실에서 할머니들은 농사일, 집안일로 바쁜 와중에도 연필을 놓지 않는다. 한글은 물론 산수, 영어 등 다른 공부를 시작하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찍어야 했던 터라 수업이 없는 날과 방학을 틈틈이 활용했다. 어느 새 익숙해진 카메라에 할머니들은 낮잠을 잘 때면 시원한 돗자리에서 함께 눈 붙일 것을 권하고, 대추 보고 안 먹으면 늙으니 어서 먹어보라며 따스함을 건넨다. 가끔은 무뚝뚝한 할아버지 흉도 보면서 함박웃음을 지어보인다.

정지원 감독은 영상에는 담지 않은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화장실이 ‘푸세식’이었는데 전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아가씨가 푸세식을 어떻게 쓰냐며 마당 한가운데 있는 요강을 권해주시는 거예요. 어찌나 난감하던지…(웃음). 할머니들 운동회 때는 말도 마세요. 승부욕이 상상을 초월해서, 한번 재경기에 들어가는 건 모든 게임의 기본일 정도였어요.”

현재 KT 미디어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의 꿈은 10년 후 영상을 찍는 일에만 매진하는 것이다. 지금은 휴가나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영상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 여성, 어머니 세대에 대한 영상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그의 비밀 프로젝트다. ‘명주바람’을 찍는 데에도 어머니의 도움이 무척이나 컸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를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 참여도 신청할 계획이다.

“경북 영천이 제 고향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활동하시는 봉사단체 덕분에 촬영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작품에 대한 논의도 정말 많이 했고요. 수상 소식을 접하고 나서도 꼭 함께 영상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웃음)”

다큐 ‘명주바람’은 오는 5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정 감독은 보충 촬영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공부 말고 운전면허를 따서 한번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다”고 말한 할머니께 적극적으로 면허 공부도 권하고, 더 깊고 친근하게 할머니들의 일상을 담아볼 생각이다.

정지원 감독이 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 이렇게 적었다.

“졸업 작품이자 나의 첫 다큐멘터리 ‘명주바람’.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이 작품을 시작으로 더 나은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나 자신에게 격려해주고 싶다.”

‘워낭소리’같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다큐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정지원 감독이 한국 다큐영화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있다.





영화제 이모저모

어느 때보다 관객들의 참여가 활발했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현장 모습. 외국관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으며 학술대회, 아시아 여성영화인의 밤,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8일간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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