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로 진짜 영화 볼 줄 알게 됐어요"

올해 여성영화제에서는 ‘천개의 나이 듦’ ‘새로운 물결’ 섹션과 ‘토크 인 시어터’ 등 새로운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다. 그 중 올해 처음 결성된 ‘걸즈 온 필름’ 섹션의 ‘I-TEENS’ 역시 주목을 받았다. 아이틴스는 김현경, 박예하, 김예진, 유혜림, 정연봄, 이주영 등 6명의 여고생들로 구성된 10대 관객 심사단이다.

‘걸즈 온 필름’ 섹션에 출품된 8개국 15편의 영화들을 심사했다.

“영화 ‘하트컷’은 소녀의 일상을 깊게 들여다봄으로써 첫사랑이 진짜 사랑인지 질투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을 잘 표현한 것 같아. ‘나는 당신이 너무 미워요’란 대사가 특히 기억나.”

“‘열세 살은 괴로워’란 작품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을 현실적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톡톡 튀게 그려낸 것이 좋았어.”

폐막식을 하루 앞두고 수상작을 결정해야 하는 터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큰 즐거움이 묻어났다. 심사하는 일이 무척 어렵지만 영화제와 함께한 지난 8일간의 시간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즐거웠다고 한다.

늘 같은 시간표로 짜여 있는 학교를 잠시나마 벗어나 많은 사람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예하 양은 지난 모임 때 두 시간 넘도록 토론을 이어가다 코피까지 쏟았다며 꺄르르 웃었다.

프로그래머가 꿈인 예하 양은 “영화이론 공부를 많이 해서 여러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했고, 혜림 양은 “유럽영화제 이후 영화제 참여 기회가 없었는데 여성영화제에서 10대 심사단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이번 여성영화제는 ‘희망’을 선사했다. 감정적으로 처절하고 암울함을 주로 다뤄 여성영화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편견도 사라졌고, 다양한 범주의 여성영화를 접하며 진짜 영화를 볼 수 있는 눈을 기르기도 했다.

또한 여성 영화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 존재하는 여성영화제의 역할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내년 영화제를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건넨 열여덟 소녀들은 이렇게 외쳤다. 

“우리에게 여성영화제는 ‘내디딤’이자 ‘씨앗’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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