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사죄·배상 요구 전무
위안부 피해자 “헌법 위반”…외교통상부 “법적 의무 없어”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지난 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09명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한·일 청구권 협정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위헌 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참고인은 청구인 측 김창록 경북대 교수(법사학)와 피청구인 측 정인섭 서울대 교수(국제법)가 맡았다. 7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등이 “피해 당사자들도 정부에 호소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참고인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련해 양국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의무가 국가에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한·일 양국은 지난 1965년 6월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 청구권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해석과 실시와 관련해 양국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재판을 할 때마다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소멸됐다”고 주장하며 사건을 기각했다.
반면 외교통상부는 지난 2005년 8월 한·일 회담 당시 외교문서를 모두 공개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협정 해석과 관련해 양국 간 입장차가 뚜렷이 존재하므로 우리 정부에 분쟁을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주장할 경우 소모적인 법적 논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작위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이로 인해 청구인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의무를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10조, 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 제23조, 외교적 보호의무 등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측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은 국가의 작위 의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헌재에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정부의 외교행위는 본질적으로 개인이 아닌 국가의 권한이며 광범위한 재량이 허용된다”며 “협정에 따른 분쟁해결 수단의 선택 문제도 국가가 국익을 고려해 외교적으로 판단할 문제이므로 법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어 “청구인들에 대한 불법행위와 그 책임의 주체는 우리 정부가 아닌 일본 정부”라며 “이 사건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거나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