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이종명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정겹고 따뜻한 가구만 만들어요"
[CEO 초대석] 이종명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정겹고 따뜻한 가구만 만들어요"
  • 전희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4.10 11:20
  • 수정 2009-04-10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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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감과 정겨운 그림 조화…개성 있고 예쁜 가구로 유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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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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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3리 마을 복지회관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1층짜리 흰 집이 나타난다. 가구 디자이너이자, ‘이종명 디자인스튜디오’ 대표인 이종명(44)의 작업실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오기 힘든, 하지만 작업하기에는 더없이 좋을 만큼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다. 지난 7일 인터뷰를 위해 찾은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정물화, 풍경화가 그려진 알록달록하고 독특한 감각의 가구들이 가득했다. 마치 동화 속 집에 온 듯 이색적인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 기능에 감성 곁들인 핸드메이드 가구로 차별화



‘예쁘고 따뜻하다’

‘이종명표’ 가구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다. 갈색 계열의 보통 가구와 달리 다채로운 색감에 꽃, 나비, 나무, 새, 자동차, 연필 등 아이들이 좋아하고 어른에게도 익숙한 그림들을 직접 그려 넣어 손맛이 살아 있고 화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우리 전통가구 스타일인 사각 형태로 디자인해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며 두께가 있어 느껴지는 투박함이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제가 만든 가구들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어요. 어찌 보면 유치하고 촌스럽기 때문에 편안한 인상을 주죠. 그게 사람들로 하여금 정겹고 따뜻하다는 공감대를 형성케 한 이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대표는 동화에서 주로 모티브를 얻는다. 동화책은 예쁘고 편안하고 기분 좋아지게 하는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아주 좋은 교재라는 것.

‘백설공주’에 나오는 난쟁이들의 침대나 마녀의 마법 거울, ‘인어공주’의 조개 침대를 보고 장식장과 책상을 만들고 의자와 조명을 생각한다. 하지만 디자인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다음, 견고함과 디자인을 더해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기능과 감성이 조화된 ‘사용하면서 즐거워지는 가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점을 두어요. 내가 필요로 하는 가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할 것이란 전제 아래, 틈새 가구를 만드는 겁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종명’이란 브랜드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지난 10여 년간 각종 잡지와 신문을 비롯해 방송 매체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그의 가구는 이병헌·이미연 주연의 영화 ‘중독’에도 나와 화제가 됐다. 그는 이 영화의 미술감독도 담당했으며 이병헌이 맡은 주인공 ‘대진’의 실제 모델이었다고 들려줬다.

◆ 가구 디자이너는 천직…작품마다 인기몰이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가구 디자이너라는 그의 평생 직업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고 만들기도 좋아했다. 초등학생 시절에도 가구와 인테리어에 관련된 것에만 관심을 집중해 장난감이나 놀이에 호기심 많은 또래 아이들과는 달랐다.

11살 때 부유하던 집안 형편이 나빠져서 살게 된 단칸방. 그곳에서 형제들과 다닥다닥 붙어 지내던 그는 ‘내 방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됐고 ‘방에 어울리는 예쁜 가구와 조명을 만들어야겠다’며 가구에 대한 생각도 키워 갔다. 이는 자연스럽게 가구 디자이너로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됐다.

그러나 미대에 진학하려던 그의 뜻은 아버지 반대에 부딪쳤다. 당시 부모들이 자녀의 직업으로 가장 선망하는 공무원이 되길 원하셨기 때문이다.  

“저는 떨어지려고 일부러 제 적성, 관심과는 무관한 ‘엉뚱한’ 학과에 지원했죠. 그리고 2년 동안 공부해서 결국 제 뜻대로 홍익대 미술대학 가구조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이 대표는 “만약 처음 지원한 대학에 붙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가구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얻고 한참이 지나서야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교와 대학원(홍대 산업미술대학원 가구디자인과)에서 이 대표는 두각을 나타냈다. 전시회에 참가할 때마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의 작품들은 큰 인기를 끌며 팔려 나갔다. 돈도 잘 벌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그는 전시회만으로는 작품을 선보이는 데 한계를 느꼈다. 자신의 역량을 언제든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2000년 디자인스튜디오를 차렸다.



◆ 고객 감성 자극하는 가구로 승승장구



20여 년간 가구와 함께해 온 그의 일과 인생에는 불경기란 없었다. 이 대표의 디자인스튜디오는 설립 이래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고 요즘과 같은 불황에도 ‘잘나가고’ 있다. 그동안 힘든 적은 없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한 번도 없었고 항상 즐거웠다”고 단호히 대답했다.

“가구 만드는 일은 늘 행복합니다. 이제껏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불행할 일도, 슬럼프에 빠질 일도 없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하지만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스스로 용납하지 않습니다. 하루를 지내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게 제 인생 지론이고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죠.”

그는 올 가을 무렵, 자신이 걸어온 길과 일상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할 계획이다. 또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일본 유학도 준비하고 있다. 핸드메이드 가구의 가치를 국내보다 높이 평가하는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의 작품성을 솔직하게 평가받고 싶어서다. 일본에서 인정받은 후엔 뉴욕을 거쳐 유럽으로 가겠다는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먼 미래에는 주로 저소득층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가구 학원을 세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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