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데뷔한 배우 차인표씨 일본군 위안부 문제 다룬 소설 ‘잘 가요 언덕’ 펴내
작가로 데뷔한 배우 차인표씨 일본군 위안부 문제 다룬 소설 ‘잘 가요 언덕’ 펴내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4.10 11:03
  • 수정 2009-04-10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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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위한 진정한 화해와 용서 이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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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앞두고 있는 하시모토 마사코(나고야 거주)씨는 지난 6일 서울을 찾았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너무나 좋아해온 배우 차인표씨가 소설을 출간한 후 첫 독자들과의 만남을 갖는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2주 전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친구 딸이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해준 덕분에 차인표씨를 홍대 상상마당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서툰 한국어 실력으로 곱게 써온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암 진단을 받았지만 차인표씨를 만난다는 생각에 우울한 마음은 행복으로 바뀌었습니다. 한때는 5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차인표씨처럼 사랑을 나누고 싶어 여러 번 입양 신청도 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아이들을 돕는 사업도 하고 있고요. 사랑을 하고, 나누는 당신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눈가가 젖은 차씨는 선물을 건네며 그를 꼭 안고 답했다. “일본으로 돌아가면 치료 잘 받으시길 기도할게요.”

지난달 배우 차인표씨가 작가로 데뷔한 작품 ‘잘가요 언덕(살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집필, 초고 완성, 교정, 원고 유실, 재집필, 수정 원고 완성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년이란 기간이 걸린 이 소설은 1930년대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마을을 무대로 ‘평화’와 ‘용서’라는 주제의식을 녹여냈다. 백두산 현지 답사와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터전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해 왔다.

차씨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캄보디아에 끌려갔다가 잠시 한국에 왔던 ‘훈할머니’의 눈망울을 본 후였다.

그는 “불과 60~70여년 전 그 형편없던 시절을 버텨낸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나눔의 집에서 영정사진을 찍으시던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들과 범죄를 저지른 그들 사이에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본다”고 심정을 전했다.

소설에는 타인의 슬픔에 공명하는 저자의 예민한 감성은 물론,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민족사의 상처를 응시하는 진중한 시선이 담겨 있다.

선 굵은 연기와 올곧은 신념에 따른 출연작 결정, 사회봉사로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그는 독자들과 함께하는 두 시간 내내 따스한 사랑을 전했다. 두 딸을 입양하고 끊임없이 봉사활동을 펼치는 그는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확고한 행복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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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함께 돕고 나누는 것입니다. 남을 돕는 아름다운 행위를 통해 제 삶에 필요한 것을 받고, 진정한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와 아내가 두 딸을 입양했을 때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주셨는데, 사실 입양은 ‘축하’받을 일입니다. 두 딸 덕분에 늘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고, 딸들의 사랑 덕분에 우리 가족은 더욱 행복해졌으니까요.”

차씨는 자신의 소설을 어머니께 쓰는 마음으로 썼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작품에서 가즈오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는 실제로 우리 어머니께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대목”이라며 “어머니는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역사적 배경과 고증, 문장 구성 등에 대해 끊임없이 모니터링 해 준 유일한 조언자”라고 전했다.

배우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데 이어 앞으로는 다큐를 찍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는 차인표씨. 그는 지금 ‘잘가요 언덕’에 홀로 서서 자신의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따스한 말 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잘 자요, 잘 가세요. 우리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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