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비주류 스포츠 넘나들며 즐기는 문화 개척자 역할
단순 관람 차원 넘어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 활짝 열어
실제 비주류 스포츠 분야로 꼽히는 핸드볼, 하키, 럭비, 여자배구, 여자농구 등의 시합이 열리면 ‘언니 부대’들이 대부분의 관중석을 메우며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시합 일주일 전부터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멤버들 간 정보를 교류한다. 정보 교환 내용으로는 선수에 대한 개인 잡담에서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기 위한 방법들까지 다양한 것들이 오간다. 주류 분야인 야구, 축구, 남자농구 시합이 열릴 때에도 여성들은 비슷한 활동을 벌인다. 모임을 조직하는 등 남성에 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서로 갖고 있는 정보를 교류한다. 선수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경기 활성화 방안까지 나누는 이야기도 다양하다. 경기에 대한 규칙 등에 대해 모르는 이들을 배려해 경기 규칙을 설명하고, 즐기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일도 도맡아 한다.
선수에 대한 관심이나 팀에 대한 관심, 친목 도모를 통한 인맥 관리로 가입을 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덤으로 전문적인 지식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기아타이거즈 서포터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수미(30)씨는 “서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회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야구에 대한 규칙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용규 선수에 대한 관심만 갖고 무작정 가입한 뒤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남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것과 달리 여성이 참여한 후 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되며 단순 관람 차원을 넘어 문화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며 “함께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포터 박현정(32)씨는 “지난해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의 응원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응원에 나서는 등 활동을 벌였다”며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핸드볼, 배구, 축구 등의 모임에 참여해 응원에 나서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엔 관람을 넘어 직접 멤버를 구성해 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며 “최근 스포츠 구단들도 함께 즐기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구단 운영을 위해 스포테인먼트의 활성화에 주력, 서포터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등의 온라인 모임을 후원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서포터스의 날’ 등을 마련, 선수들과 직접 만남을 주선하거나 기념품을 지급한다.
스포테인먼트를 가장 왕성하게 벌이고 있는 SK그룹의 경우 SK와이번스의 홈 경기장인 인천 문학구장에 삼겹살 존을 마련, 야구장에서 먹기 힘든 삼겹살을 판매하며 팬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또 핸드볼 구장을 건립해 서포터스들에게 보다 좋은 응원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SK관계자는 “스포테인먼트의 강화를 통해 팬들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클럽, 서포터들이 스포테인먼트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 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J그룹도 스포테인먼트를 기업 운영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LPGA에서 활동하는 박세리 선수를 후원하며 기업 이미지 제고를 꾀했고, 최근에는 CJ인터넷을 통해 프로야구를 후원하며 스포츠 문화를 주도함과 동시에 넷마블에서 운영 중인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통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 게임의 상업화에 성공, ‘마구마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포츠 게임 중 ‘사행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한화그룹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준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을 내세워 마구마구와 함께 팬들에게 선수 번호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여성 팬들로부터 경기 일정에 대한 궁금증이나 각종 문의 사항이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올라오고 있다”며 “올해 개막 이후 야구경기의 관중 수가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여성들의 참여와 관심이 이끌고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테인먼트의 중심에서 스포츠 문화를 새로운 문화의 한 장르로 개척하고 있는 여성들. 이들의 활동이 계속되는 만큼 스포츠 문화의 발전도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