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성매매 사건이 아니다.”

최근 불거진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와 뇌물수수 혐의를 둘러싸고, 정부와 경찰, 언론, 각 정당들이 저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면서 반복적으로 되풀이한 말이다.

권력 핵심부의 인사가 특정 업체가 산 술과 성적 서비스로 접대를 받았으니 물론 단순한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성매매를 아직까지도 단순한 남성들의 유흥거리로만 볼 수 있을까?

‘성매매는 가장 오래 된 직업이고, 모든 나라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문제’라든지, ‘설사 젊은 여성들이 성산업 구조에 갇혀 자살이나 에이즈로 사망한다 해도 비극적이지만 불가피하다’고 보는 사고방식에 찌든 세상을, 누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최근 이러한 성매매 운명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용기와 신념에 찬 인권운동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 아시아의 여성이 있다. 지난 3월 19일 미국 뉴욕의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바이탈보이스 재단의 글로벌 리더십 상을 수상한 소말리 맘이다. 

소말리는 1970년대에 캄보디아의 한 산간마을에서 태어나 고아로 자랐으며 14세에 성노예로 팔려가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며 업주와 고객들의 구타와 강간, 고문에 시달렸다. 그녀는 자신과 가장 절친했던 친구가 포주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탈출을 결심했다. 그리고 한 국제 봉사 단원의 도움으로 업소에서 빠져나와 전통적 성매매 업소에 갇힌 10대 소녀들을 구출하는 단체를 운영하며 캄보디아의 성산업에 맞서 목숨을 건 투쟁을 벌여왔다.

소말리가 1997년 그녀의 전 남편인 프랑스 출신의 국제 자원 봉사대원 피에르 레그로스와 함께 조직한 ‘극한적 상황에 있는 여성을 위한 행동(AFESIP)’이라는 민간단체는 지난 11년간 업소에 갇혀 성매매 강요와 착취에 시달렸던 약 4000명의 10대 소녀들을 구출했다. 경찰력을 동원한 긴급 출동에서 구출해 오기가 무섭게, 이튿날 조직폭력배들이 대피소로 들이닥쳐 다시 소녀들을 강탈해 가는 사태를 반복적으로 겪으며 이뤄낸 성과다. 

현재 AFESIP에는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온 155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일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세 개의 대피시설을 운영하는 한편, 상시 수용 인원 250명 정도 규모의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과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말리는 지난 2007년 11월 미국에서 소말리 맘 재단을 출범시켰다. 현재 이 재단은 성매매 이슈에 대한 의식화 사업, AFESIP 활동과 확대를 위한 재정지원, 유사 풀뿌리 조직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소말리는 절망과 잔혹함에 굴하지 않는 지난 11년간의 아동·여성 인권운동을 통해, 성산업 구조에 갇힌 소녀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모성적 사랑을 실천했다. 그리고 행복의 원천을 발견했다.

성산업의 유형이나 폭력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가난과 무지로 인한 젊은 여성들의 유입과 폭력, 강간, 강요된 성매매 경험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소말리 맘과 같은 모성적 리더십과 사회지도층의 성매매 이슈에 대한 의식화 교육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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