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심사위원 확정된 배우 공효진

즉흥적이고 감정에 충실한 성격이지만, 배우로서의 행보는 무척 단계적이었다. 스무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면서 점점 작품 속 자신의 비중을 넓혀왔다.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설명이 필요 없는 ‘공효진 연기’를 그렇게 완성시켜갔다. 그 결과 인기상, 우수연기상, 여우조연상 등을 거머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미쓰 홍당무’란 영화로 첫 단독 주연을 맡으며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스스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정도로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털어 연기했다”고 말할 정도로 혼신을 다해 작품에 임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에, 내 것도 아닌 남자를 사랑하는 데 모든 걸 바치는 못난이 ‘양미숙’을 연기하면서 그는 여성영화에 대한 상(像)이 보다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이번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그의 영화 두 편 모두 여성영화이기도 하다.

“여성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아요. 제가 여성이고 또 여성을 선호하는 영화를 좋아해서 여성영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죠. 여배우로서 살면서 늘 여성영화 제작이 더딘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었어요.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두 작품 모두 여성 개인, 자매애 등을 주제로 한 만큼 많은 여성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대 마지막 해인 스물아홉, ‘미쓰 홍당무’에 혼신을 다한 결과는 달았다. 제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여우주연상과 11회 디렉터스컷 시상식 올해의 연기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그에게 더 뜻깊은 상은 같은 해 여성영화인 축제 현장에서 받은 ‘여성영화인상’이었다.

그 수상과 함께 이번 영화제에서 배우로는 유일하게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은 그에게 ‘여배우로서의 임무’를 가져다주는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공효진은 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아시아단편 경선 심사를 책임지는 심사위원으로 확정됐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출품된 18편의 신작 단편영화들을 심사하게 된다.

서른을 맞이한 공효진의 가장 큰 매력은 듣던 그대로 ‘당당함’이었다. 스물일곱에 드라마 ‘고맙습니다’를 통해 미혼모를 연기했을 때 “이제 어떤 역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했고, 스물아홉 ‘미쓰 홍당무’ 촬영을 마치고 나서는 “내 연기 인생은 일단 성공했다고 본다”고 말한 그였다. 너무 솔직한 성격과 직설적인 화법이 콤플렉스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의 당당함은 그로 하여금 원대한 꿈을 놓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미쓰홍당무’ 이후 다음 작품을 고르고 있는 그의 지금 목표는 ‘여배우로서의 새로운 역할 제시’다.

“여배우로서 야망이 있다면, ‘누구와 같은 배우’는 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여배우 타입이 A부터 D타입이라면, 전 전혀 다른 E타입을 제시하고 싶어요. 명예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름 값 할 줄 아는 배우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첫걸음을 걷는 배우가 어려운 법이지만, 실패하더라도 ‘다른 타입이었다’는 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평범하고 현실감 많은 젊은이’라 설명하는 배우 공효진. 그는 “더 폭넓은 연기를 위해 그 나이 대에 많은 이들이 걷는 길을 걷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결혼이든 출산이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생각이 있지만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른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쓰 홍당무’ 다음의 공효진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관객들은 벌써부터 배우 공효진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미쓰 홍당무보다 먼저 찍었던 로드무비예요. 정확히 한 달간의 촬영기간 동안 마음 잘 맞는 배우 (신)민아와 함께 작업해서 즐거웠고요.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택한 작품이기도 한데, 마지막 반전이 이 작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죠. 이 기막힌 반전을 꼭 직접 확인하세요!”

미쓰 홍당무

“미쓰 홍당무는 두 번 봤을 때 더 이해가 가고 명확히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는 영화라고 봅니다. 양미숙이 땅을 파는 행위, 화를 내는 이유가 가볍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설정이 아님을 알게 되거든요. 감수성이 높은 여성이라면 더욱 참된 뜻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너무 많이 울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