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은 자연재해 아닌 경제개발 문제
물 부족은 자연재해 아닌 경제개발 문제
  • 장필화 /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 승인 2009.04.03 10:24
  • 수정 2009-04-03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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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낙동강 발원지 태백시 ‘물 부족 사태’ 주목해야
경제·살림·양육 등 역할하는 여성들 지혜도 필요한 때
버젓이 대낮에 대동강 물 매매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봉이 김선달’ 설화는 희대의 사기극이자 농담거리로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아주 달라져가고 있다.

경제성장을 최고 가치로 상정하는 사회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상품화하게 되고 물 역시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기업들은 앞 다투어 생수 상품화 사업에 손을 대고, 작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구매해서 마시고 병을 폐기하는 행동은 우리의 자연스런 일상이 되었다. 이쯤 되면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이 아니라 시대를 앞선 창의적 기업가로 추대될 만하다. 이런 추세로 가면 식수 구입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수돗물 민영화도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게 될까 두렵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우리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반인 물이 소수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사유화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되는 일이다.  

요즈음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심각하게 겪고 있는 물 부족 사태는 가뭄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계절적 요인과 자연적 요인은 항상 있어 왔는데, 근래의 가뭄은 지하수원지의 개발이나 댐과 같은 거대 시설 설치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라일라 메타는 인도의 나마다 강 개발 계획 사례를 통하여 유구한 시간을 흘러오며 주위 환경과 어우러져 형성되어온 자연의 한 부분인 거대한 강이며, 거주민의 삶의 터전이자 물줄기였던 강을 인위적으로 자르고, 가르고, 댐으로 가두어 놓는 행위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연재해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즉 물 부족 문제는 자연 재해의 결과라기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따른 경제 개발의 문제, 이에 따른 사회적·환경적 정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물 부족은 이미 새로운 일이 아니다. 태백 가뭄에 대한 KBS의 다큐3 프로그램은 이 지역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태백시에 물을 대주던 광동댐은 바닥부터 말라 있어서 기대했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할 수 없이 시내 복판에 있는 황지연못에 있는 물을 뽑아 쓰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태백시는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라니, 이 지역의 물 부족은 훨씬 더 큰 지역으로 파장을 넓혀 간다는 것은 예견할 만하다.

고지대에 사는 독거노인들, 맞벌이하는 가족들은 제한된 급수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급수 제한은 학교 급식을 중단시키고, 유아원에서 전염병 전파를 우려하게 하며, 모든 개인의 위생 상태를 악화시킨다. 식당, 미용실 등 물을 많이 쓰는 사업체는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물 부족의 문제는 여성, 남성, 가축, 식물, 생태계를 아우르는 문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부족의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대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관점, 성인지적 관점을 놓치면 안 된다.

물 부족을 가져오는 직접적 요인 중 하나는 누수율이 47%가 되는 노후한 수도관이다. 이를 정비하는 일이 최우선임에도 불구하고 재력 있는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천공 장비를 동원하여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일이 바로 태백에서 일어나고 있다. 돈 있는 사람에게는 목마름을 해소하거나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여기 저기 구멍을 깊이 뚫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일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물 부족 사태가 물을 회소가치 상품으로 만들어 사유화하려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는 정책 선전도 중단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환경부, 국토해양부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지 말고 원활한 공조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 부족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에 대해 경제와 살림, 양육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의 지혜가 중심에 놓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물 부족 ‘사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물에 관한 사회적·환경적 ‘정의’를 모색하고 공론화하는 일을 더 이상 늦추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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