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위원회(위원장 신낙균)는 3월 2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성범죄 양형기준을 법정형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집행유예 기준을 마련하고 음주, 심신미약 등 불합리한 감경 사유도 제외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이번 의견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4월 의결 과정에서 이 8개 범죄 분야의 양형기준을 최종 확정하는 데 앞서 제출된 것으로 앞으로 결정 과정에서 여성위 요구가 적용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4월 발족한 이후 두 차례의 공청회를 개최하고 살인·뇌물·성범죄·강도·횡령·배임·위증·무고 등 8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마련했다.

여성위가 제시한 의견서에 따르면 우선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성범죄 양형기준안의 기본형량이 최저 법정형량보다 낮은 수준으로, 실제 성범죄에 대한 선고 형량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강간죄를 범한 경우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에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양형기준안은 ‘2~4년 징역’을 기본형량으로 정하고 있다.

강도 강간죄의 경우에는 형법 제339조에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양형기준안은 ‘7~10년의 징역’을 기본형량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위는 “양형기준안으로 이처럼 낮은 수준의 기본 형량을 설정한 것은 성범죄에 대해 관대한 판결이 일반적이었던 과거 통계를 반영한 결과”라며 “입법부가 성범죄에 대해 법정형의 수준을 높이 설정한 것은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유예 기준안 마련과 관련, 대법원의 양형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강간죄의 경우 집행유예 선고비율이 45.5%, 강제추행의 집행유예 선고비율은 6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위는 성범죄의 집행유예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도 현재 양형기준안에 그 기준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판사에 따라 집행유예가 남발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위는 현재 양형기준안의 감경 사유로 반영된 ▲본인 책임이 있는 음주 등의 심신미약에 따른 성범죄 ▲13세 미만 대상 중 위계·위력에 의한 성범죄 ▲초범 ▲반성 ▲당사자 간 합의 등을 감경 요소로 반영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위는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의 경우 위계·위력을 감경요소로 반영하는 것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2에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 위계·위력으로써 강간, 강제추행 등을 한 자에게 폭력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들어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