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비교는 부작용 낳아…성공에 대한 대안적 가치 모색해야
웃고 넘길 유행어 넘어 ‘정신병리 현상’원인
호기심·성취감을 학습동기 삼아야 좋은 성과

#. 재수생인 이현주(19)양은 TV를 보며 자기 또래인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을 기분 좋게 응원하고 있었다. 어머니 김숙현(45)씨가 말문을 열기까지는. 현주양과 TV를 보던 김씨가 “연아는 힘든 운동까지 해가며 그 어렵다는 고대에 붙었는데, 너는 공부 하나도 제대로 못하냐?”며 핀잔을 던진 것. 이에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버린 현주양은 “지영이네 엄마는 딸에게 친구가 돼 주는데, 엄마는 왜 못 그러냐?”며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김씨는 자신의 뒷바라지가 부족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지영 엄마’가 신경 쓰이고, 현주양은 ‘김연아’를 비롯해 엄마 주변에 널린 ‘무결점’의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 버겁고 짜증난다.

공부, 운동, 외모, 성격 모든 것이 완벽한 엄친딸(혹은 엄친아)이 ‘내친엄 (내 친구 엄마)’ ‘엄친딸 성형수술’ 등의 신 풍속을 낳으며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2030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가 엄친딸(엄친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능을 앞둔 11월 야후코리아에서 고3 수험생 11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엄친딸(엄친아)과의 성적 비교’가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에 만연한 엄친딸 광풍의 근원으로 한국 특유의 무한 경쟁지상주의를 꼽는다. 이는 개개인을 비교 평가하는 엄친딸 경쟁이 좋은 자극이 돼 뛰어난 성과로 이어진다는 한국 사회 풍토와 맞물려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 사회의 주류 의식이 과연 맞는 걸까? 비교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경쟁은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지난 2007년 가톨릭대 심리학과 정윤경 교수가 연구한 ‘목표 지향성 실패 후 아동의 성취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실험 논문에따르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동기 실험결과 ‘다른 학우들과 비교 평가’보다 ‘자신만의 호기심, 성취감’을 학습동기로 삼았을 때 더 좋은 성과가 나온 것으로 드러나 ‘경쟁지상주의’ 신드롬을 무색하게 했다.

또 엄친딸 현상은 아이들의 자연스런 성장과정을 막는 억압제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선재아동가족상담연구소 여인숙 소장은 “엄친딸 현상은 단순히 웃고 넘어갈 유행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로 아이들의 정신병리 현상을 일으키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라며 “유아기 시절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밟으려면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런 여유로움을 차단해 전인적인 성장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공공의 적’ 엄친딸로 불리는 전설의 인물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소위 ‘엄친 딸 스펙’을 갖고 일찍이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쳐 여러 언론에 소개된 K(22)씨는 정작 “저보다 더 다방면으로 뛰어난 사람들이 훨씬 많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는 “(엄친딸이) 한편으로는 좋은 말이긴 하지만, 뭘 하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잘해야 될 것 같아 긴장되고 부담스럽다”면서 “타고난 재능만 갖고 사는 사람은 없는데, 노력보다는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을 칭하는 것 같은 안 좋은 뉘앙스가 풍기기도 한다”며 불편해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실체’도 없고, 밑도 끝도 없는 ‘엄친딸’ 콤플렉스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여인숙 소장은 “사는 게 각박해지면서 그 불안함이 최근 엄친딸 돌풍으로 심화되고 있는데, 자기 아이를 남들보다 더 잘 기르고 싶은 엄마의 본능을 탓할 수는 없다”며 “다만,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잘 자라게 하는 것인지, 또 어떻게 살아야 사람이 정말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가치 기준을 사회가 나서서 함께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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