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경기…장사 때려치우고 싶다"
"최악의 불경기…장사 때려치우고 싶다"
  • 전희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3.27 12:22
  • 수정 2009-03-27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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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자영업자 수 44만 명 줄어
돈 구경 어려워…경기 회복만이 살 길

 

손님이 없어 썰렁한 서울 동대문종합시장.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손님이 없어 썰렁한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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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반으로 줄고 매출도 급격히 떨어졌어요.” “최악의 불경기예요. 지금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해요.” “장사 그만 접어야 되는 것 아닌가 고민입니다.”

최근 자영업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기자는 지난 열흘간 서울의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고달픈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 3월 13일 오후 5시 무렵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음식점. 저녁 손님 맞을 준비로 한창 분주해야 할 때지만 불황의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가한 모습이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현숙(55·여)씨는 인건비를 줄이느라 조리부터 경영까지 혼자 맡아 하고 있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매출은 많이 떨어져 요즘 장사 할 맛이 안 난다. 

“경기가 보통 안 좋은 게 아니에요. 동태 한 상자가 3만8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2배가량 뛰는 등 재료비가 엄청 올랐어요. 지난해만 해도 하루 평균 매출 20만원 이상은 거뜬히 올렸지만 지금은 못 미칠 때도 많고요. 특히 저녁 손님은 거의 ‘전멸’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문 닫을 때까지 손님 2명이 전부였다니까요.” 

원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였으나 요즘은 장사가 안 돼 전기·가스 요금이라도 아끼려고 9시면 귀가한다. 마음 같아서는 점심 장사만 하고 오후에는 다른 음식점에서 일해 얼마라도 벌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 구기동 북한산 주변 등산로에 위치한 S식당은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예년 같았으면 봄철 나들이하는 사람들과 등산객들로 북적였겠지만 이곳 역시 불경기 바람을 맞았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조용한 날이 늘고 있는 것. 이 식당 사장 조현진(50·여·가명)씨는 장사가 너무 안 돼 걱정이다.

“우리 식당은 지역 특성상 산악회나 동호회 등 단체 모임장소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경기가 어렵다 보니 ‘짠돌이’ 신 풍속도가 생겼어요. 단체 모임 구성원들이 회비를 1만원씩 걷어서 전골 요리 하나만 시켜 놓고 반찬만 계속 가져다 먹는 손님들이 많아진 거죠. 그래서 손님 수보다 매출 규모에서 지난해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 강남구 논현동에서 구두 수선점을 운영하는 40대 후반의 이종운(가명)씨. 불경기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니 구두 닦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 요즘 하루에 닦는 구두 수는 10켤레 정도. 예전에 40켤레씩 닦던 때와는 비교도 안 된다고 했다. 구두 닦는 비용 2000원도 아까워하기 때문이란다. 3000원이 아까워 하이힐 굽이 닳아 떨어질 때까지 오는 여자 손님들도 있다고 들려줬다. 이씨는 “구두 닦으러 오는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하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못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서민경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재래시장. 재래시장의 경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5일 낮 12시 30분, 동대문종합시장 상인들의 마음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꽃샘 추위 만큼이나 차갑게 얼어붙었다. 손님들이 너무 없어 손놓고 있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장 앞에는 운송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일감이 없어 ‘갈 곳 없는’ 오토바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에서 이불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철(가명)씨는 “매출이 30~40% 줄어 걱정”이라며 “하루하루 손님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 점포 주인도 “빨리 경기가 회복돼 시장에 활기가 넘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 침체의 된서리를 맞고 있는 자영업자들. 경영난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는 자영업자 수가 상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자영업자 수는 556만 명으로 지난해 11월에 비해 약 44만 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606만 명에 달했으나 12월에 578만 명으로 급감, 600만 명 선 아래로 떨어졌다.

자영업자들의 몰락 원인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이갑수 박사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요식업이나 숙박업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일수록 창업이 활발하기 때문에 과당경쟁 구도가 형성돼 불황이 왔을 때 더 쉽게 무너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청년 창업, 1인 기업 창업 등 정부가 창업을 지나치게 장려하는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지원제도를 통해 쉽게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이는 결국 창업자들을 죽이는 일”이라며 “창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경력을 따지는 등 창업에도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 대란이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최근 영세 자영업자의 융자 규모 및 신용보증 확대, 실업급여 혜택이 가능토록 고용보험법 개정 추진 등 부랴부랴 임시 방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게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한편, 경기 침체로 창업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취업난, 기업의 감원 바람, 명퇴와 맞물려 구직자와 실직자들을 창업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서울 도봉구 방학역 주변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안오미(39)씨. 코디네이터로 일한 경력을 살려 지난해 7월 역세권 대형마트 내에 의류점을 열었다. 불황에다 창업 초기라 힘든 점이 많았지만 세심한 서비스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며 마트에 입점한 전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안씨는 미래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에 대한 결심이 섰다면 도전하라”며 “발로 뛰어 준비를 착실히 길게 하고 창업해서는 손님을 자기 상품의 마니아로 만드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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