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문화예술창작 모임 ‘붉은 여신들’, 27일 첫 공연

 

여성주의와 예술이 만났다. 10대부터 60대까지 나이와 직업이 제각각인 10명의 페미니스트가 꿈으로만 간직했던 가수, 시인, 연극배우 등에 도전하며 다양한 모험을 펼친다.

지난해 11월 예술에 관심 있는 페미니스트들이 결성한 ‘붉은 여신들’은 책 스터디 모임을 하던 중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하는 여성 예술가 네트워크로 자가 발전했다. 초등학교 교사, 학원 강사, 회사원, 재수생, 부동산 중개업자 등으로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던 이들의 가슴 속에 ‘불’을 지른 문제의 책은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이다. 내면의 창조성을 깨우는 방법을 제시한 이 책은 언니들의 잠자는 열정을 자극해 ‘붉은 여신들의 정원’이라는 첫 창작물을 골방이 아닌 대중 앞에 선보이게 만들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세 번째 개인 시화전을 여는 시인 ‘어지’씨는 여성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랑, 아픔, 꿈, 경험들을 때론 뼈아프게, 때론 무심하게 다가가 관객들에게 말을 걸 예정이다.

또 오랜 기간 써온 시들을 묶어 첫 시집을 출간하고, 독자들과 함께 즉석 시낭송도 선보인다. 이어 이미 홍대 라이브 클럽가에서 ‘음유시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시와’씨는 이번 공연에서 붉은 여신들에 합류한 뒤 받은 영감으로 새로 지은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또 관객이 직접 공연에 참여하는 퍼포먼스 ‘여성 잠언 시리즈-말의 귀환’에서는 카미유 클로델(프랑스, 조각가), 나혜석(한국, 작가, 화가, 여권운동가), 사포(그리스, 시인, 교육가, 레즈비언의 시조), 오노 요코(일본, 행위예술가, 반전 운동가, 작곡가) 등 네 명의 여성 선각자이자 예술가를 현대로 불러내 그녀들이 받았던 고통을 관객들과 함께하는 ‘진혼’ 과정을 통해 해방감으로 치환할 예정이다.

바쁜 일상 속 잠자는 시간을 쪼개고 자비를 털어가며 시작한 아마추어들의 첫 창작 공연이지만 붉은 여신들에 대한 여성계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여성주의 사이트 ‘언니네’ 등을 통해 십시일반 후원금과 공연 소품이 마련되고 있는가 하면, 이프 페스티벌, 서울여성영화제 등 여러 곳에서 초청 공연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탄력 받은 붉은 여신들은 ‘여성잠언-말의 귀환’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가는 등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의 첫 무대는 3월 27일 저녁 8시 상수역 인근 카페 ‘무대륙’에서 선보였으며, 4월 5일 클로징 공연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어지’씨의 시화전이 계속된다. 이들을 응원하려면 연습 공간 무료 대여, 사무기기 및 창작 재료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원할 수 있으며, 자세한 공연 안내는 블로그 (blog.naver.com/artspot5)를 참조하면 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