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하나의 거대한 퀴즈쇼
인생은 하나의 거대한 퀴즈쇼
  • 여성신문
  • 승인 2009.03.27 12:10
  • 수정 2009-03-27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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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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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등 8개 부문을 석권해 최다 수상을 기록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활약이 화제가 됐다. ‘쉘로우 그레이브’ ‘트레인스포팅’ 등 사회의 아웃사이더에 시선을 주었던 대니 보일 감독에 유명 배우조차 나오지 않는, 인도 배경의 이 영화가 전 세계 영화제에서 88개의 상을 받고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자말은 어떻게 백만장자 퀴즈쇼에서 최종 상금이 걸려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A: 속임수를 써서 B: 운이 좋아서 C: 천재이기 때문에 D: 영화 속 얘기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혹독한 고문 장면.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 출신 18세 소년 자말은 2000만 루피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에서 승승장구, 1000만 루피의 상금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날 밤 예상치 못한 선전을 의심한 퀴즈쇼 진행자는 그를 경찰에 고발하고 다음날 최종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하룻밤 동안 그는 사기행각을 털어놓으라며 모진 고문을 받는다.

“답을 알고 있었기에 문제를 모두 맞혔다”고 주장하는 자말. 그가 털어놓는 인생 역정은 묘하게도 퀴즈쇼의 문제들과 맞아떨어진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종교분쟁으로 인한 학살에서 어머니를 잃고 형 살림, 사랑하는 소녀 라티카와 함께 ‘죽지 못해’ 살아왔던 힘든 인생을 통해 그는 1000루피에 그려진 간디의 초상화는 몰라도 100달러에 그려진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를 기억하고 있었고 이슬람교도인 그가 힌두교 라마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알았던 것은 어머니의 살해 현장에서 보았던 라마신 분장을 한 아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퀴즈쇼의 정답은 지식이 아닌 사람들의 인생에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지금의 삶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어차피 우리 인생도 매순간 끊임없이 정답을 추구해 나가는 하나의 퀴즈쇼가 아닐까.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디한 영상. 퀴즈쇼의 긴장감과 자말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가 역동적인 카메라와 현란한 편집으로 쉴 새 없이 교차되며 놀라운 흡인력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과거의 이야기와 퀴즈쇼 영상, 현재의 경찰서 장면을 촘촘하게 짜 맞춘 플롯은 ‘천재 감독의 등장’이라 불렸던 초기작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스포팅’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퀴즈쇼의 자말처럼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승승장구하던 영화는 후반부 멜로드라마로 변하면서 그 힘을 잃는다. 자말이 퀴즈쇼에 참여한 이유가 밝혀지고 그의 모든 인생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것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묘하게도 맥이 풀림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서구 각국에서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배경이 된 나라 인도에서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감독은 인도의 현실에 깊숙이 들어가고자 노력했다지만 그가 본 것은 궁핍하고 피폐한 어두운 부분뿐.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인의 시선을 뛰어넘지 못한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대한 영국의 책임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영국인 감독이 가진 한계일 것이다.

감독 대니 보일/주연 데브 파텔·프리다 핀토·아닐 카풀/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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