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연 | 자연적 재현과 시적 감성으로의 만남
조각가 김연 | 자연적 재현과 시적 감성으로의 만남
  • 김상일 / 여성신문 미술 전문기자
  • 승인 2009.03.27 12:09
  • 수정 2009-03-27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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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은 시적인 감성을 지닌 작가다. 그는 조형적 언어를 빌려 자연을 이야기 한다.

물, 빛, 하늘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자연을 재현해낸다. 이는 모방에 의한 재현이 아니라 개념으로서의 재현이며, 단순한 재현을 넘어 예술세계의 근본적인 형식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러한 김연의 작업들은 몽환적 환상이나 깊은 사색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빛으로의 여행’에서는 파도의 일렁임에 따라 반짝이는 햇살의 효과를 주기 위해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표면에 굴곡을 주고 그 표면을 거울처럼 연마하여 빛을 난반사시키고 있다. 배 모양의 형상 위에 가득 실린 빛의 형상은 여행이라는 설렘으로 더 한층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늘에- 물가’ 연작 또한 빛이라는 비물질적 질료를 가지고 하늘과 물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하늘을 개념화하고, 하늘은 곧 물의 표면처럼 대상을 반영한다.

김연은 자연을 통한 회상으로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다. 추운 겨울의 긴 터널처럼 우리의 얼어붙은 삶으로부터 빠져나와 봄의 문턱에서 이야기 한다.

“풀잎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이 작은 풀잎이 내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듯이 나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그런 작업을 해야지.” -작가 노트 중에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작가로서의 시대적 갈등과 고민으로부터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간직하려는 작은 외침이 김연의 조형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되어 전해진다.

나르시스적 표현은 내적인 반영

물은 무미(無味), 무취(無臭), 무색(無色)의 물질이다.

김연은 ‘물’이라는 형태를 재현하기 위해 합성수지인 투명폴리코트(FRP)를 사용한다. 이는 날씨와 온도, 습도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하는 까다로운 작업으로 많은 경험과 기술을 요한다. 그는 이를 위해 재료를 직접 다루며 발생하는 문제점을 직접 해결해 내고 있다. 작은 공기방울이나 조그만 티끌도 인정하지 않고 물에 대한 완벽한 재현과   시각적 만족감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과정은 까다롭다.

또한 순수함과 엄격함만이 그의 작업에 존재할 뿐이다. 이로 인해 그는 만족할 만한 투명성과 견고함 그리고 작가가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는 투명에 의한 시각적 완결성을 얻어내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내부에 담겨진 자연 소재와 빛을 통과함으로써 공간이 지닌 시각적 즐거움과 더불어 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키며 시처럼 느껴지고 있다.

김연의 물가는 산이 깎인 깊은 골짜기도 험한 협곡도 아니다. 다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물가다. 작가는 조용한 산기슭의 적당한 깊이의 물에 자갈들이 담겨진 한적한 물가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바깥세상과 소통하듯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이루며 시각적 즐거움을 더해 준다. 또한 물가에 놓인 징검다리는 지난날의 추억으로 이어주듯 정지되어 있다. 맑은 수면은 조금의 흔들림이나 흩어짐도 없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정지된 시간이다.

김연의 물가는 투명한 자연의 재현으로 외부와 내부 그리고 관통에 의한 투사까지의 시각적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러나 물의 형상이 지닌 공간의 한계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물을 응시하는 나르시스적 표현은 작가의 내적인 사고를 반영한다. 자아에 대한 애착이나 사랑 그리고 창작을 위한 예술적 편집증을 드러낸다. 그는 완전한 소유만을 원하듯 자연과의 완벽한 일치를 이루는 이미지 세계를 고집하고 있다. 조금도 불필요함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미니멀한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김연은 시인의 마음처럼 모든 세상의 물상과 대화하려 하며 자연에 귀 기울인다. 그는 대상의 존재만으로도 진실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물성과 정신적 갈등과의 긴장감 속에서 시적 감수성을 고요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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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물가의 시선’ ‘빛으로의 여행’ ‘빛 속을 걷다’를 주제로 개인전 3회를 가진 바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기념 초대전 외 다수의 국제전과 국내 초대전을 가졌다.

작품 소장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성동구 살곶이 조각공원, 거제 능포 양지암 조각공원, 김천시 직지사 조각공원, 노원구 등나무공원,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W-서울 워커힐호텔, 일본 주재 네덜란드대사관, 짐바브웨 주재 한국대사관, 주한 캐나다대사관, 연세W 덴탈클리닉 등에 있다. 현재는 국민대, 목원대, 수원대, 국립서울맹아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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