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페미니즘 담론 담은 ‘남자와 여자’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지식인으로 철학자, 작가, 영화감독으로까지 활동하는 ‘베르나르 앙리 레비’라는 남자.

프랑스 최초 여성 시나리오 작가로 여성부·문화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프랑수아즈 지루’라는 여자.

이 두 사람의 대화록인 ‘남자와 여자(에레혼)’란 책은 오로지 ‘남녀관계’에 대한 것이다. 중심 주제는 사랑에 대한 오랜 테마지만, 이를 둘러싼 여러 페미니즘 담론들에 대한 논의로까지 확장된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스탕달, 보들레르, 샤르트르, 들뢰즈 등의 철학자들의 이론을 자주 인용한다.

두 사람은 ‘결혼’에 있어 가장 큰 의견차를 보인다.

“이제 정상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나는 단지 옛날과는 달리 결혼이 더는 유일한 목표가 아니며 유일한 관심사도 아니고 여자 일생의 유일한 야망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겁니다. 내가 보기에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지루는 여성들의 독립성, 특히 경제적 자립능력이 여자들로 하여금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는 동거에 반대하며 “남자와 함께 살되, 한 지붕 아래에서는 생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확신한다. 반면 레비는 여자가 사회적으로 아무리 눈부신 거물이라 해도 모두 결혼에 대한 꿈이 있다고 반박한다.‘변화’에 대한 의견도 입장차를 보인다.  

“나는 진정으로 해방된 여자뿐만 아니라 해방된 남자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루는 변화에 있어서도 회의적이다. 남녀 모두 깊이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관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해방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는 “여자들의 체념이 급속히 감소해가는 추세인데, 이는 모욕당하거나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들이 모두 남편과 이혼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공동생활이 상처로 얼룩질 때 그것을 참지 않는 여자들의 새로운 얼굴이 뚜렷이 나타난다는 얘기”라고 설명한다.

레비는 50대 이상 남자들은 요지부동이지만 3040들의 변화가 크다고 전한다. 부인이 인텔리이고 직업을 가진 경우에도 남성들은 별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집안에서의 역할도 분담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 대화가 이뤄진 것은 1993년이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의 대화는 크게 낯설지 않다. 당시 44세였던 지루는 지난 2003년 세상을 떠났고, 레비는 어느덧 60세가 되었다. “남녀 간의 전쟁은 절대 끝나지 않았다”로 결론 내렸던 그들이 다시 만난다면, 어떤 새로운 대화들이 펼쳐질까.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한 지루의 말들이 지금도 유용한 것을 보면 페미니즘은 크게 진화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페미니즘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허탈한 상태에서 벗어났고 종종 자신만만하고 활동적이고 명랑하고 유머러스해졌다고 본다. 여성들은 여전히 슬프지만 이제 원하고 원하는 것을 가질 것이다. 운동의 목표가 이따금씩 흔들릴지라도 말이다.(본문, 지루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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