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무료진료 하는 ‘마을 놀이터’ 이웃린 치과
주말에 무료진료 하는 ‘마을 놀이터’ 이웃린 치과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3.20 14:47
  • 수정 2009-03-20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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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치과의 ‘행복한’ 실험
홍수연 원장 “성공적인 공공의료 모델 일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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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이 한눈에 들어오는 스카이라운지 북 카페에는 조정래의 소설, 작은 책, 씨네21 등이 쌓여 있다. 복도 끝 세미나실에서는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등 사회과학 강연이 진행된다. 은은한 전시 조명을 받는 벽면에는 화랑을 얻지 못한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고, 간혹 복도에서는 이들이 마련한 행위예술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국을 통틀어 딱 ‘5대’밖에 없는 수억 원대의 치과 전용 CT 촬영기가 있는 ‘수상한’ 이곳은 주말이 되면 ‘무료 치과 진료소’로 돌변한다.

동교동 로터리 고층 건물 10층에 위치한 ‘이웃린 치과’는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강남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실력 완벽주의자’인 네 명의 의사들이 진료를 보고 있다.

주말이 되면 두 명의 이웃린 치과 소속 의사들과 다른 병원을 운영하는 세 명의 객원 의사들이 돌아가며 틀니, 교정 수술 등 수백만원대의 ‘고가’ 치료를 ‘공짜’로 한다. 그렇게 5명의 환자가 지난 1월 병원 개원과 동시에 무료 치료를 받았다. 환자 선정은 병원 인근의 마포 희망나눔, 민중의집 등 지역 단체가 심사를 거쳐 추천하며, 주로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저소득 장기 파업자 등의 소외계층이 진료 대상이다. 그리고 평일에도 특이 사항이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환자 자신의 형편만큼 병원비를 지불하는 별도의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다.

최악의 불경기를 맞아 많은 치과들이 간판을 내리고 있는 판국에 무료 진료를 시작한 홍수연(43) 원장을 보고 많은 이들은 ‘무모한 감행’이라고 걱정했다.

“저지르지 않으면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어요. 때와 시기가 적절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하지만 현재의 한계를 인정하고 평일에 돈 벌어서 천천히 앞으로 갚아나가면 되죠.(웃음)”

‘불혹’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청바지와 하얀 목 티셔츠가 ‘맞춤 옷’인 양 꼭 맞는 홍 원장의 걱정 아닌 걱정에 대한 답변이다.

홍 원장은 “오히려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많다”며 “진료비가 장벽이 돼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웃린 치과의 모델은 인도의 아라반드 병원이다. 이 병원은 똑같은 최고급 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이웃한 병원 두 곳을 운영하며 한 곳은 비싼 진료비를 받으면서 가장 부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료하고, 다른 한 곳은 공짜로 가장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료한다. 여기에 공공의료의 성공적인 병원 모델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는 홍 원장의 ‘꿈’이 보태져 ‘이웃린 치과’가 탄생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병원 운영은 어떻게 할까? 실제로 이웃린 치과는 자금 사정으로 개원한 지 2개월 만인 지난주에서야 ‘병원 간판’을 내걸었다. 그래도 홍 원장은 ‘경험’을 근거로 제시하며 싱글벙글이다.

최상의 진료를 확신하는 그는 “결국 치과진료의 질은 환자들이 직접 겪어봐야 안다”며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한 번 왔던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고 우리 병원에 누군가를 데려와 계속 다시 찾고 싶은 병원이 된다면, 6월까지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홍 원장은 “한국에서는 시민들이 공공의료에 대해 체감할 수 있는 문화·사회적 자산이 없어 병원을 돈벌이 수단인 ‘영리법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공공의료를 하면서도 병원 운영이 성공적으로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의 실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감행(?)’으로 인해 환자, 의사, 동네 주민 모두가 행복해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만 꾸지 않고 바로 지금 행동을 시작한 홍 원장의 실험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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