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진출 드문 토목분야서 전문업체로 ‘우뚝’
한금숙(45) 선창건설 대표는 도로포장 업계에서 ‘잘나가는’ 여성 CEO로 유명하다.
선창건설은 철저한 신용과 뛰어난 기술을 경쟁력 삼아 인천에서 가장 많은 도로포장 공사를 하고 있는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건설업계에 여성 CEO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더군다나 여성이 드문 토목 분야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되기란 쉽지 않은 일.
토목 분야서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한 대표는 정작 토목 전공자가 아니다. “대학에서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도시가스 기술 영업일을 했어요. 신축 빌라나 기존 아파트의 도시가스 계약과 함께 가스보일러를 판매했는데 시공 현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서 늘 속을 썩였어요. 그래서 프리랜서로 독립해 직접 현장 팀을 이끌면서 일했는데 그게 토목 쪽으로 발을 들이게 된 시초가 된 거죠.”
그는 처음엔 토목공사가 ‘별 것 아닌 것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땅만 파 놓고 일주일, 열흘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런 고생을 겪고 나서야 한 대표는 포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들려줬다.
회사를 설립하고 포장업을 전문적으로 시작하면서 한 대표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오해, 토목 비전공자라는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오기와 자존심으로 이를 악 물었다.
“사업상 남자들과 식사나 술자리를 하면 성적인 얘기들이 오갈 때도 있고 잘못하면 불륜 관계로 의심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특히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강한 건설업계에서는 오히려 당연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심한 말을 들어도 상처를 받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어요. 능력과 기술로 평가받으면 된다고 스스로 다짐했죠.”
일을 하면서 필요한 공부는 닥치는 대로 했고 기술 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무분별한 포장 및 굴착복구 공사를 규격화함으로써 공사 단가는 낮추고 신속성을 높인 시스템을 구축, 2003년 행정자치부로부터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그러면서 도로 포장, 고속도로 포장 등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2005년에는 인천전문건설협회로부터 포장공사업 대상을 수상했고, 우수여성기업인 조달청장 표창을 받았다. 2006년 건설안전기사 자격증을 따낸 데 이어 지난해엔 (교통)도로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 대표는 신념과 의지만 있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사회적·도덕적으로 합리적인 것, 이 세 가지만 생각하고 달려왔어요. 어떤 일에 미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게 곧 신념이에요.”
건설 분야는 실력과 신용, 섬세함을 갖춘 여성들이 활약하기에 좋은 분야라고 했다. 다만, 오래 일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 앞에서 끌어줄 수 있는 선배 여성 건설인들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며 이 때문에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