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들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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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방 한 칸 마련하는 것이 소원인 언주(정유미)와 너무 넓은 공간을 주체할 수 없어 외로운 석희(예수정). 어느 날 석희의 ‘방’에서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된 두 사람, 상반된 환경에 놓여 있던 두 사람의 상처와 욕망이 얽히면서 파국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고시원 한 구석에서 생활하는 언주의 ‘방’은 암울하기만 하다. 볕도 들지 않는 쪽방에는 형광등조차 없고 벽은 썩어 구멍이 날 정도. 밤이면 옆방의 소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고 고시에 찌든 거주민들과의 사이는 불편하기만 하다. 평일에는 학습지 교사로, 주말에는 고시원 총무로 일하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그의 꿈은 자신의 집을 갖는 것. 그 꿈을 위해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살아가는 그에게 남자친구와의 연애는 사치일 뿐이다.

이에 반해 고급 주택인 석희의 ‘방’은 넓지만 황량하다. 20여년 전 사고로 남편과 딸을 잃고 병과 싸우며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는 외출할 때에도 문을 잠그지 않는다. 대문도 현관문도 모두 열려 있는 방에서 오직 봉인된 곳은 죽은 남편이 쓰던 서재뿐이다.

언주는 어느 날 골목 끝에서 대문이 열린 빈 집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자신의 집에서 곤히 자고 있는 언주를 발견한 석희는 언주를 자신의 죽음의 목격자로 고용한다. “문을 열어두면 무섭지 않으세요”라는 언주의 질문에 석희는 대답한다. “더 무서운 것은 나의 죽음이 발견되지 못하는 공포”라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연상케 하는 제목의 영화 ‘그녀들의 방’은 여성들의 심리를 방을 통해 보여준다. ‘자기만의 방’에 집착하며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언주와 ‘땅 장사’로 부를 축적한 석희. 감독에게 있어서 ‘방’이란 여성의 정체성이 표현되는 물리적인 방과 내면 깊은 곳의 자기 세계를 동시에 의미한다.

조용히 시작되어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단편영화로 데뷔해 조용하게 자신의 입지를 넓혀온 정유미와 연극 무대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쌓은 배우 예수정은 감독의 표현처럼 ‘카메라에 담기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따뜻하고 ‘착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요즘, 영화에서 위로를 얻으려는 관객들에게 ‘그녀들의 방’은 오히려 척박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불편하게 다가온다.

서로에게 희미한 위로의 손길을 내민 두 사람, 얼핏 보면 자매 같기도 모녀 같기도 한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을 것. 하지만 영화는 힘든 세상살이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휴머니즘적인 주장은 하지 않는다.

“주저앉은 내게 악수를 청해오는 온기 어린 손길 하나가 사무치게 고픈 어느 날, 우리는 비로소 인정한다. 내 곁에 아무도 없노라고. 어쩌면 우리는 위로하고 위로받는 법을 자꾸만 잊어가는지도 모른다.” 감독이 연출의 변에서 밝힌 말을 가만히 곱씹어본다.

‘그녀들의 방’을 만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는 전국 단 1개의 개봉관에서 하루 1회만 상영되고 있었다. 앞으로 아트시네마를 돌며 1~2주씩 순회 상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워낭소리’가 불러일으킨 기적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한국 독립영화의 현실은 언주의 방처럼 암울하기만 하다.

감독 고태정/ 주연 정유미·예수정/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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