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민주주의 대가 치러야 할 때"
"한국 사회, 민주주의 대가 치러야 할 때"
  • 김은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3.20 11:20
  • 수정 2009-03-20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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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지음/ 돌베개/ 1만4000원)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지음/ 돌베개/ 1만4000원)
예전에 언론계 한 선배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두고 한 말이 있다. “유시민이란 키워드면 뭘 만들어도 장사 된다.” 이는 매체에서 그만큼 유 전 장관이 뉴스 메이커로서 가치가 높다는 얘기였다. 그만큼 그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비판적 논객에서 방향을 바꿔 ‘정당 개혁’을 모토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할 때도, 캐주얼 차림으로 국회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을 때도, 참여정부 시절 여당 최고위원에서 복지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 선거 후보경선 참여에 이르기까지 그랬다.

그는 지난 6년간 늘 정치적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대구지역 후보자로 출마해 이내 낙선한 뒤 오랫동안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이라고 칭하며 집필에만 몰두했다. 간혹 인터뷰나 방송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런 때에도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그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생소한 용어를 제시하면서.

그가 말문을 열었다

먼저 그가 말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의 의미를 파악하면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를 절반쯤은 파악할 수 있다. 유 전 장관은 “잘 만들어진 헌법을 도입한 지가 60년이나 됐는데 아직 그 헌법에 있는 국민의 권리나 이런 것들을 제대로 우리 것으로 만들고 활용하는 데는 좀 못 미친다”며 “이런 민주주의나 자기 권리, 이런 것들을 제대로 행사하기까지는 그에 필요한 노력을 국민이 해야 되고,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만 자기 것이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란 정직한 대가를 치러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인 데 반해 ‘한국 사회는 그것이 이미 제도와 법 규정의 형식으로 먼저 주어졌기 때문에 비용과 대가를 할부로라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래전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위해 누군가 흘린 피와 땀을 대가로 오늘날 우리가 현재의 ‘문명적’ 삶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말이기도 하다.

유 전 장관은 책 본문에서 이에 대해 “헌법이 담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조항 하나하나에는 인류의 문명사가 들어 있다. 자유와 평등, 인권과 평화, 복지와 사회적 안정을 갈망하는 인간의 오랜 꿈을 담은 헌법 조문들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뇌하고 싸우고 노력하고 헌신한 동서고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피로 쓰였다. 제헌헌법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얻었다. 양성평등이 대중적 의제가 되기도 전에 여성들이 동등한 참정권을 부여받았다. 산업화가 이뤄지기도 전에 노동3권이 주어졌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된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런 후불제 민주주의의 ‘후유증’이 현재 이명박 정부의 ‘문명 역주행’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후불제 민주주의는 때로 권력자의 선한 의지에 의존하는데, 대통령을 비롯해 각종 권력기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헌법의 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국민들이 후불해야 할 민주주의 비용이 줄어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된다는 것이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집필 중인 유시민 전 장관.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cialis manufacturer coupon cialis free coupon cialis online coupon
‘돌베개’ 출판사에서 집필 중인 유시민 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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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헌법 에세이인가

“정당개혁 운동가로서 나는 지난 5년 동안 비참한 실패를 겪었다. 이 실패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느낀 모든 분들께 용서를 청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더 능력 있는 분들이 나타나서 내가 실패했던 그 일을 보란 듯이 성공시키는 것을 보고 싶다. 그 성공에 나의 아주 작은 힘을 표 나지 않게 보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독자에 대한 계몽적 관점에서만 쓰인 것이 아니라 바로 저자 자신의 삶과 경험, 이념과 주장을 성찰하기 위해 쓴 회고적 에세이의 성격이 짙다. 저자 유시민은 자신을 감추는 객관적인 논설보다는 저자의 육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에세이 형식으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다.

행복, 자유, 주권, 차별 등 헌법 속의 개념들에 대해 개인적 체험을 통해 얻어낸 진리들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정리했다. 책은 총 2부로 나뉜다. 1부 ‘헌법의 당위’, 2부 ‘권력의 실재’란 큰 주제 아래 개별 제목이 달린 독립적인 단편들로 엮였다. 헌법에 대한 지식과 저자의 정치경험, 개인적 삶의 단상을 ‘후불제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사유로 이끌고 가는 이 책은 ‘문학적으로 쓴 논문’이라는 에세이의 원래 정의에 부합하는 시도다.

명함엔 ‘지식소매상’…내적 ‘망명’ 중

유 전 장관의 현재 명함에는 ‘지식소매상’이란 직함이 새겨져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아직 젊은데 전 국회의원, 전 장관 이렇게 쓸 수도 없고 프리랜서, 보통 자유기고가 그렇게 얘기하는데 원래 소매상이 최종 소비자한테 뭘 파는 사람이거든요. 시민들을 고객으로 해서 그분들에게 필요한 지식 정보를 담은 책을 만드는 게 제 일이니까 그렇게 붙여놨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정치활동을 할 때에도 글을 썼다. 2003년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유시민의 아침편지’를 통해 글쓰기를 시도했던 정치인 블로거 원조이기도 하다. 대선출마 선언 직전에는 의정활동과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개조론’을 집필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내적 망명 중’이라고 말한다. “철골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도시 한가운데 살면서 정신적·정치적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쓸 때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도 말한다. 그 일만은 어느 누구한테도 크게 뒤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현실정치로의 현재는 계획에 없는 듯하다. 그는 “지금 대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책을 쓰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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