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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이 집터를 잡는다는 건 당장 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앞으로 몇백 년을 두고 후손이 번창할 자리를 잡는다는 뜻이었다.”

마을을 휘감고 있는 강을 나룻배를 타고 건너면 하회(河回)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면서 풍수지리설 쥐뿔만큼도 아는 게 없는 주제에도 옛사람의 집터 잡는 안목에 감탄과 신비감을 느끼게 된다고 작가 박완서는 이 책에서 도란도란 말한다.

기행산문집으로 거의 해마다 단골로 작가가 여행하는 정든 고장 이야기들이 보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남도, 하회마을, 섬진강, 오대산 기행을 한 장 한 장 또 한 장을 읽다가 보면 얼른 가방을 싸서 혼자라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이 가득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래 그랬던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버스 타고 틈만 나면 무작정 남도, 하회마을, 섬진강, 오대산 여행을 혼자서 다녀왔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작가는 섬진강을 두고서 ‘생각하면 그리운 땅’이라고 했다. 다시 화창한 봄이 시작됐다. 쌍계사 벚꽃 길, 화계장터, 섬진강 모래 빛, 백운산 매화 등이 사무치게 보고프다. 아아, 봄에 생각하면 더 그리운 땅.

작가는 ‘그 길은 몇 번을 가도 싫증나지 않을 뿐더러 소록소록 정이 깊어지는 우리나라 제일의 예쁜 고장이라고 생각한다’(36쪽)면서 이윽고 ‘광야가 아니라 산간을 흐르는 강이건만 흐름이 급하지 않고 은빛 모래사장이 넓고, 그리고 사람 사는 아기자기한 마을을 겁주지 않고 가까이 끌어당겨 동무해서 흐른다’고 섬진강을 있는 그대로 실감나게 묘사한다.

해마다 봄이면, 바람처럼 여행하고 싶다. 그럴 때면 으레 책꽂이에서 습관처럼 꺼내드는 책이다. 아무데나 펼쳐도 여행이 시작된다. 위로가 된다. 또 자유와 행복이 찾아든다. 어디 그뿐인가. 낄낄대며 히죽히죽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게 될 것이다. 해서 마흔이나 쉰 아니면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더욱더 보석처럼 값지게 빛나는 책으로 손색없다.

작가의 여행은 국내만 한정되진 않는다.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기 때문이다. 중국,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티베트 등을 얼떨결에 눈으로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할 욕심으로 여행가방 챙기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충고한다. 여행을 떠날 때 절대로 양말이나 속옷을 많이 가방에 담아 가져가지 말라고. 왜냐하면 잃어버린 가방을 누군가 열어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경멸할 수도 있어서다. 해서 양말이나 속옷은 그날그날 빨아서 입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그렇다!

“걱정이란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을 궁리할 때 생기는 법이다”(63쪽)

세상만사 걱정할 시간에 차라리 여행을 훌쩍 떠나자. 그러는 게 비록 여행가방 잃어버리는 각오는 하더라도 자기 행복을 찾는 지름길이 아닐는지.

역시 박완서 작가다. 최고다!

잃어버린 여행가방 (박완서 지음/ 실천문학사/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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