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이 남성의 거의 5배에 달하고 있다. 여성 취업자 수도 1년 전에 비해 8만4000명이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감소된 남성 취업자 1만9000명보다 무려 4.4배나 높은 수치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으레 여성들은 ‘가계 보조자’라는 우리 사회의 오랜 통념과 차별로 인해 폐업 혹은 정리해고 1순위가 된다. 항간에는 불황기에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하고 집으로 돌아간 여성들, 그리고 배우자의 갑작스런 실업·해고·파산으로 인해 벌어진 가족 위기를 극복해낸 주부들의 이야기가 ‘도시의 미담’으로 떠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요구와 이해, 관심을 버리는 희생정신과 알뜰살뜰한 살림 기술로 물가 상승과 수입 감소의 고통을 견뎌내는 ‘여성의 힘’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 구조조정과 고용정책들은 가족의 생존 위기에 맞서 발휘되는 여성의 부드럽고 강한 ‘충격 흡수 능력’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이 유지되고 또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간 달라진 여성 삶의 정황을 살펴보자.

우선 지난 30년간 여성 취업자가 약 2배로 증가해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직접적으로 불황에 노출되어 있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취업자 수는 98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1978년 514만 명에 비해 473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여성 취업자의 증가 속도도 빨라서, 30년 전 남성 10명당 6.1명꼴로 일하던 여성들은 지난 1월 말 현재 남성 10명당 7.2명이다. 이는 더 이상 불경기를 여성들이 위로해야 할 ‘남성의 위기’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변화다.

한편 이렇게 취업자의 성별격차가 줄어드는 동안 가구경제에 대한 여성 경제력의 비중도 커졌다. 우선 여성 가구주 비율이 1975년 12.8%에서 2008년 현재 22.1%로 3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그리고 전체 가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유 배우 가구 중 43.9%가 맞벌이 가구다. 이는 적어도 전체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전부든 일부든 여성들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경기 후퇴가 장기화될 경우, 위기를 버텨낼 여력이 없는 여성들과 그 가족의 급격한 빈곤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태가 이런데도 지난 2월 23일 열린 국회 여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변도윤 여성부 장관은 ‘경제위기는 심리’라며 여성들의 경제적·사회적 안정감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마냥 불황의 완충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란 기대는 큰 오산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강력하고 정의로운 경제회복과 고용평등 실현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그리고 부당한 여성 퇴출을 상시적으로 통제·감시할 수 있는 표준화된 차별 측정 도구들을 시급히 개발·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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