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63억원, 한국 조기적응 지원에 ‘올인’
상담·쉼터 등 35억원 불과…적극적 개입 필요

결혼이민 여성 4명 중 1명꼴로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지만 피해 예방과 보호를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금까지는 결혼이민 여성이 일방적 피해자였지만, 최근 상습적으로 아내 폭력을 해오던 남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농어촌 총각 장가보내기’ 명목 아래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을 조장해왔으면서도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해 부부 모두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해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적극적 개입을 주문했다.

현재 결혼이민 여성에 관한 정책은 다문화 가족 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와 폭력피해 여성 지원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여성부가 맡고 있다. 복지부는 전국 100곳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여성부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1577-1366’(5곳)과 폭력피해 이주여성 쉼터(18곳)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경우 한국어 교육이나 자녀양육 지원 등 결혼이민 여성의 한국 사회 조기적응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질적으로 가정폭력 피해에 관한 정책은 여성부가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 다문화가족과 관계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가정폭력 피해를 상담해오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여성부가 운영하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로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만 2만여 건에 달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복지부가 편성한 다문화 가족 관련 예산은 약 263억원이다. 대부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투입된다. 자녀 언어발달 교육 사업이 신설되면서 지난해보다 30억원가량 증액됐다. 반면 여성부 예산은 지난해(약 8억7000만원)보다 4배 늘었는데도 35억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서울에만 있던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를 5개 권역으로 확대 설치하는 데 12억원, 4개에 그쳤던 쉼터를 18개로 늘리는 데 10억원가량이 사용됐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정부가 결혼이민 여성의 ‘인권’보다는 ‘한국인 만들기’에 역점을 두다보니 예산도 자연히 적응지원 사업에 쏠리는 것 아니겠느냐”며 “꼭 예산을 늘려야 한다기보다는 현재 각 부처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회성·행사성 다문화 관련 사업의 중복 낭비만 막아도 폭력 피해 결혼이민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8월 말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 여성은 124개국 11만60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폭력 피해 결혼이민 여성에게 자국어 상담을 지원하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는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 몽골어, 태국어, 캄보디아어, 따갈로그어 등 8개 국어만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캄보디아어와 따갈로그어는 지난해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담 인력이 25명인 서울 센터에만 해당되고, 올해 새로 문을 연 4개 지역 센터는 소장을 포함해 6~7명 정도에 불과해 인원이 많은 국가 순으로 해당국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경찰서와 법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형사소송법상 외국인은 경찰조사나 법원 재판 때 전문 통역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난달 남편 살인죄로 기소된 캄보디아 여성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캄보디아어를 사용할 줄 아는 베트남 여성’에게 통역 서비스를 받았다.

현재 경찰서와 법원은 자체적으로 통역인 명단을 보유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명단에 없는 국가인 경우 주한 대사관 등에 요청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개는 이번 사건처럼 모국어가 아니더라도 대화가 가능하면 통역을 의뢰하는 것이 관행이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우리와 일본처럼 외교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다. 실제로 통역 과정에서 베트남 여성이 윽박지르거나 협박성 발언 등으로 캄보디아 여성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센터에 요청했다면 캄보디아 통역인을 지원했을 텐데 경찰서가 편의대로 아는 사람을 불러서 문제가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캄보디아에서 머리를 때리는 행위는 살인사건이 날 만큼 모욕적 폭력에 해당한다. 사건 당시 캄보디아 여성은 남편의 가정폭력 행위를 입증할 눈에 보이는 외상은 없었지만, 남편에게 휴대전화로 머리를 맞거나 온몸을 구타당하는 등의 상습적 폭력에 시달렸다.

여성단체들은 수년간 계속된 남편의 정신적·신체적 폭력으로 반사적 공포심이 형성된 상태에서 술에 취한 남편이 임신 3개월째인 자신의 배를 걷어차는 등 폭력을 휘두르자 방어 차원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표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전문지식이 없으면 번역을 할 수 없듯이, 결혼이민 여성도 가정폭력에 대한 배경을 모르고 글자 그대로 기계적 통역을 하면 사실이 왜곡될 수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결혼이민 여성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인권 통역’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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