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5만톤은 누가 먹었을까?
쇠고기 5만톤은 누가 먹었을까?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3.13 15:30
  • 수정 2009-03-13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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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과정 공개 의무 없어 안전은 ‘업주’ 양심에 맡겨야
바꿔 팔고, 섞어 팔고, 몰래 팔아도 진실 알 방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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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파동 이후 대형마트에서 미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 지 100일이 지나고 지난 3일 부산 신세계를 필두로 백화점에서도 판매가 시작된 가운데, 미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위험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남긴 채 미 쇠고기를 유통시켰지만, 지난 한 해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미 쇠고기 79건 중 60건이 촛불이 끝난 6월 말부터 수입이 재개된 것에서 발생해, 검역 상태의 부실함을 짐작케 했다.

이는 같은 해 1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약 12만 톤이 수입된 호주산 검역 불합격 11건에 비해, 미 쇠고기는 약 5만 톤이 수입됐지만 무려 6배나 더 많은 수치다. 또 한국보다 검역 조건이 까다로운 일본에서는 미국산 검역 불합격 건수가 3년간 10건에 그쳐,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검역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미 쇠고기는 어떻게 됐을까?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대형마트에 이은 백화점 판매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또 고환율에 따라 여타 수입품 가격이 오르는 데 반해 미 쇠고기만 가격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미 쇠고기 수입량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반짝 상승세를 보였으나, 대형마트 판매가 재개된 11월부터는 오히려 수입량이 감소해 12월까지 연속으로 전달 대비 20%가량 줄었다. 이어 1월에는 설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수입량은 소폭(2.5%) 반등한 것에 그쳤다.

이런 분위기는 동양 최대의 우시장인 마장동에서도 감지할 수 있었다. 생고기 냄새가 진동하는 마장동 거리에는 과거의 영광과 손님 대신 ‘냉동 임대’ ‘점포 정리’ ‘미국산 싸게 판매’ 등의 문구가 즐비했다.

마장동 상가 진흥사업협동조합 고기복 상무는 “경기도 안 좋은데 광우병 파동 여파가 계속돼 소비자들의 불신이 가시지 않아 장사를 못 하겠다는 점포들이 속출한다”며, 백화점 판매와 관련해서도 “유통기한 내 미국산 재고들을 처리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서도 미 쇠고기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경품행사와 시식회를 여는 등 미국산 재고 소진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수입된 약 5만 톤의 미 쇠고기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여전히 식당가에는 호주산, 뉴질랜드산이라는 원산지 표시에 비해 미국산이라고 적시한 경우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 쇠고기가 매달 시중에 2000톤가량 소비되는데, 유통 추적이 되지 않아 이를 판매하는 곳을 알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쇠고기를 수입하는 최초 업자는 판매처 및 판매량을 기록하지만, 중간업자 및  포장·판매업자의 경우 법적인 의무가 없어 유통 과정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한 유통업자는 “중간부터는 영업비밀”이라며, 재고물량과 관련해 “원산지 표시를 피하고 돈 없는 사람들이 가는 영세한 곳이나 급식, 가공식품 등으로 덤핑 처리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 쇠고기를 안 먹으면 안전할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9만6564곳을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단속을 벌여 허위 혹은 미표시 업체 455곳을 적발했다.

이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일부만 단속한 것에 불과하며, 원산지 표시 위반 업체 수는 미 쇠고기 유통이 확산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 식당이나 정육점에 들어가는 수입 쇠고기는 원산지를 표시한 박스나 포장을 벗겨내면 그것이 호주산인지 미국산인지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미 쇠고기의 ‘안전함’에 대해 ‘홍보’를 할 뿐,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수입 쇠고기 이력 추적제’는 오는 2010년이 돼야 도입될 예정이다. 또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소규모 식당에도 표시를 의무화했으나, 10여 배 이상 단속할 곳이 늘어나 지방자치단체 등 직원을 총동원해 부족한 인원을 대신하고 있지만 법적 권한 및 전문성 등의 논란으로 사실상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결국 미 쇠고기를 바꿔 팔고, 섞어 팔고, 몰래 팔아도 진실을 알 방법이 없는 국민들은 업주들의 ‘양심’에 건강권을 맡겨야 한다.

이에 강기갑 의원은 “이력추적제 및 원산지 표기가 실효성 있게 철저하게 실행돼 미국산은 반드시 미국산으로 팔려야 한다”며 “국내산 소에 대해 광우병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내용의 ‘광우병 전수검사 특별법’을 발의해 수입산 대신 안전한 국산 소 먹기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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